- 주제별 전시로 백제⋅가야 문화의 진면목 제시 -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민병찬)은 2021년 12월 3일(금) 새롭게 단장한 ‘백제실’과 ‘가야실’을 선보인다. 상설전시관 1층 선사⋅고대관에 있는 백제실과 가야실은 그동안 부분적으로 전시환경을 개선하였다. 그러나 지역 박물관과 전시 구성의 차별화와 최신 조사 성과 반영 등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전시 시설이 노후하여 쾌적하게 관람하는데 어려운 점이 있다는 평을 받아왔다. 이에 국립중앙박물관은 백제와 가야의 전체 역사를 주제별 전시로 구성하고 전시 공간을 개편함으로써 관람의 편의를 도모하였다.
우선 최신 연구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전시품을 대폭 확대하였다. 기존 354건의 전시품을 725건 2221점으로 확대하였다. 이 중에는 최근 조사한 부여 왕흥사지 치미와 함안 말이산 고분군의 등잔이 관람객의 눈길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치미로 알려진 부여 왕흥사지 치미는 결실된 부분을 3D 프린팅 방식을 이용해 완전한 형태를 갖춘 모습으로 선보인다. 함안 말이산 고분군에서 출토된 등잔은 무려 7개의 등잔을 얹은 굽다리접시로, 2015년 재발굴 당시 부러진 뚜껑돌 아래 온전한 모습으로 발견되어 이번에 빛을 보게 되었다.
확대된 전시품과 함께 새롭게 시도된 전시 연출도 주목된다. 평면적이고 획일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입체적이고 설명적인 연출을 시도해 관람객이 편안하게 전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중 공주 수촌리 고분군 일괄 출토품과 가야 무기 전시를 눈여겨볼 만하다. 4~5세기 무렵 백제 중앙과 지방 사이의 역학관계를 보여주는 공주 수촌리 유적 출토품 100여 점을 공개하였는데, 무덤 주인공의 위상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연출하였다. 가야 무사가 사용했던 갑옷, 칼, 말갖춤 등 무기를 전시하는 공간은 마치 당시 그것들을 보관하는 모습으로 재현하여 관람객으로 하여금 생동감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하였다.
늘어난 전시품과 새로운 전시 연출에 맞춰 전시 관람 환경이 개선된 점 역시 고무적이다. 진열장의 높이와 너비를 늘리고 저반사 유리*로 교체하여 개방감을 높이고 관람 동선을 개선해 관람의 효율과 즐거움을 높이고자 하였다. 조명 역시 에너지 효율이 높으면서도 전시품 관람에 적합한 최신 LED 조명으로 전체 교체하였다.
*저반사 유리: 가시광선 투과율(두께 1cm 기준)이 98~99%로, 일반 유리나 저철분 유리에 비해 난반사가 적어 전시품의 색감을 원형에 가깝게 감상할 수 있음
이와 함께 백제실 입구의 휴게공간도 또 다른 매력을 준다. 특별한 장식을 자제한 단순한 공간에 대형 통원목 탁자(wood slap)와 의자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다. 백제 옛 수도였던 충남 공주시의 어느 마을 입구에 서 있었던 400년 넘은 느티나무로 제작한 긴 탁자(길이 5.3m)에서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듯하다. 이 공간 너머로 펼쳐진 박물관 정원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요즘 유행하는 멍하니 바라볼 수 있는 무념무상의 장소로 손색이 없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향후에도 전시품의 안전과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노후 시설을 개선하고 새로운 전시 연출 흐름에 맞춰 상설전시실을 바꿔 나갈 예정이다. 또한 최신 학계의 연구 성과를 일반 국민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전시에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