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에 강국진, 정강자, 정찬승 작가가 행했던 ‘한강변의 타살’ 해프닝이 일어난지 50년이 지났다. 한국의 역사적인 전위미술인 당시의 해프닝을 계승하고 재조명하기 위하여 후세대 퍼포먼스 예술가들이 리메이크하고자 한다.
판아시아_퍼포먼스 아트 네트워크 아시아(이하 판아시아)가 주최하고 퍼포먼스 그룹 SO;RO가 주관하는 ‘한강변의 타살’ 해프닝 리메이크가 오는 10월 13일(토)에 서울 양화대교(1968년 당시 제2 한강교) 아래 양화한강공원에서 열린다. 강국진기념사업회에서 제작 및 후원을 지원하고 있다.
‘한강변의 타살’ 해프닝은 당대 미술문화를 비롯한 기성문화에 대해 강력하게 부정하였던 저명한 집단 퍼포먼스로써 50년이 지난 현재에도 영향력있는 실험적인 예술활동으로 다분히 회자되고 있다. 미래지향적인 삶을 내다봐야하는 다층적인 현대사회를 이끌어나가는 데에 중대한 심미안을 전해주기도 한다. 현재 활동 중인 문재선, 심혜정, 정기현, 허은선 후세대 퍼포먼스 작가들이 심도있는 고증활동을 통하여 2018년에 새롭게 리메이크(재연)함으로써 예술 정신을 계승하고자 한다. 또한 후세대의 퍼포먼스 현장을 북돋우기 위해 70년대부터 활동해오는 성능경의 초대 퍼포먼스도 함께 열린다.
50년 후, 흔들리는 세상의 위기를 반성하게 하는 우리의 무형유산
혁명의 시기에 표류하던 세상을 비틀었던 아방가르드 해프닝
한국 행위미술의 50주년과 세계혁명운동의 50주년을 기념하여 ‘2018 년 한강변의 타살’ 해프닝을 리메이크하고자 한다. 당시에 3명의 예술가는 문화 사기꾼(사이비 작가), 문화 실명자(문화 공포증자), 문화 기피자(관념론자), 문화 부정축재자(사이비 대가), 문화 보따리장수(정치 작가), 문화 곡예사(시대 편승자) 등을 쓰고 나서 그 글을 읽고 태우는 화형식을 거행하였다. 당시 한국의 구태의연한 기성문화세력을 ‘매장’하고 ‘타살’하고자 하는, 문화 비판 행위였다. 세밀한 분석과 재해석의 과정을 기반으로 수정하고 새로운 시대성을 실연하고자 한다. 시간을 거슬러 원작의 컨셉과 텍스트에 충실한 역사적 예술현장을 재창조하고자 한다.
현재의 퍼포먼스 예술가들이 직접 실연에 참가하여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승화하고자 한다. 특정 공간이라는 점을 인지하여 현대적인 도시 공원화된 특이성을 새롭게 감안하고자 하며, 변화된 도시환경에 연계된 새로운 시각이 요구되어질 것이다.
시장으로 둔갑한 위험사회 속에서 온몸으로 파괴하지만 내면을 길어 올리며, 절제를 상실해버린 예술계에 던지는 일침
현시대는 향유와 유통이라는 대다수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하다보니 매체 자체에 관한 관심들이 도외시 되고 있지는 않은지 상실해버린 균형 감각을 찾아내야 한다. 향유층을 위하여 생활문화를 집중해나가는 현재의 문화정책 방향도 중요하지만 원래 있었던 퍼포먼스 예술 활동들의 순기능도 공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함께 수용되는 인식들이 되살아나기를 바라본다.
현대미술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기초실험실과도 같은 퍼포먼스 예술의 연구와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현재 서울에서는 수없이 많은 문화공간들이 도처에 새롭게 생겨나고는 있지만 주로 문화 향유를 목적으로 하는 곳들이 많다. 경계를 철폐하려고 노력해오는 퍼포먼스 예술가들이 무한한 작품들을 탄생시킬 수 있는 안전망으로써의 장소로 사용하기에는 사실상 어려울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규정의 엄격함을 준수하는 행정가들의 노고를 통해 주로 운영되고 있지만, 그러한 예술공간에서는 아쉽게도 탈주할 수 있는 모험을 일삼기에는 도무지 어려운 실정이다. 언제나 신생 공간 개발이라는 포말에 갇혀버려 창작 활동 지원이라는 본래의 의미를 상실할 수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리메이크 참여작가들은 “ <한강변의 타살> 해프닝 리메이크는 새로운 세상을 직면하기 위해서라도 때로는 전통과의 단절을 선언하고 정통주의 미학에 반기를 들고 나섰던 아방가르드 문화예술운동의 전위적 용기를 계승하고, 거대자본 시장으로 둔갑하여 또다시 표류하는 예술계가 균형을 되찾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