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제주박물관 기획특별전
「조선 선비 최부, 뜻밖의 중국 견문」 개최
국립제주박물관(관장 김성명)은 7월 21일부터 10월 4일까지 기획특별전 ≪조선 선비 최부, 뜻밖의 중국 견문≫을 개최한다. 이 특별전은 1488년 최부(崔溥, 1454∼1504) 일행 43명이 제주 앞바다에서 표류한 뒤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다 중국 땅에 표착하여 무사히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기록한 『표해록漂海錄』을 오늘날의 시각에서 살펴보고자 기획하였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 수집한 관련 유물 총 210건 350점이 전시되며, <보물1404호 봉사조선창화시권>을 비롯한 국내 지정문화재 8건과 절강성박물관 소장 1급문화재 9건이 포함되어 있다. 중국 절강성박물관浙江省博物館과 2년에 걸쳐 공동으로 기획하고 준비한 이 전시는 올해 제주 전시를 시작으로 2016년에는 중국 절장성박물관에서 순회 전시를 갖는 상호 교류 전시이다.
최부(崔溥, 1454-1504)는 조선 성종(成宗, 재위 1469-1494) 때의 문신文臣이다. 35세의 청년 최부는 제주에 추쇄경차관으로 부임하였으나, 1488년 윤정월 부친상을 당해 고향 나주로 돌아가던 중 표류하여 수하 42명과 함께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고난을 겪는다. 중국 땅에 기적적으로 표착漂着하였으나 해적에게 잡혀 죽을 뻔하거나 왜구로 몰리는 등 고초를 당했다. 그러나 다행히 조선의 관원이라는 신분이 밝혀져 송환을 위해 항주杭州에서 북경北京까지 대운하大運河를 통해 이동한 후, 다시 요동지역을 거쳐 조선으로 일행 43인 모두가 무사히 돌아왔다. 조선인 최초로 15세기 중국 명대의 강남과 강북, 요동 지역을 두루 살핀 최부는 성종의 명으로 여정의 기록을 ‘중조문견일기中朝聞見日記’로 남겼고 이것이 『표해록漂海錄』으로 전해지게 되었다. 1488년 최부가 남긴 ‘표류’와 ‘견문’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와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학자들에게 15세기 중국 명나라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적인 기록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최부 일행의 발자취를 따라 전개되는 이 전시는 1부 ‘조선의 선비 최부’, 2부 ‘최부 일행 43인의 표류자’, 3부 ‘뜻밖의 중국 견문’, 4부 ‘조선과 중국의 문화교류’, 5부 ‘조선 선비의 중국 견문기, 표해록’ 의 다섯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특히 최부가 감탄했던 중국 명나라의 강남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중국 절강성박물관과 함께 엄선한 회화, 조각, 공예, 복식 등 다양한 유물을 선보인다. 또한 다양한 영상 매체를 요소에 배치하여 관람객의 이해를 돕도록 하였다.
[1부. 조선의 선비, 최부]에서는 표류의 원인 제공자이자 중국 견문의 주인공인 최부에 대해 알아본다. 어려움 속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고 중국인들에게 조선의 문사文士로 당당히 인정받았던 최부는 누구였는지, 최부의 가계와 제주 부임 전의 경력 등을 소개한다. 최부의 <문과 입격교지>, <과거 대책문>, <탐라지> 등이 전시된다. 성종 대에 발탁된 신진 사림파의 한 명인 최부는 과거 시험 문과文科에 두 번이나 급제한 문장과 실력을 갖춘 촉망받는 젊은 관료이자 학자였다. 역사서 『동국통감東國通鑑』과 지리지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등의 편찬 사업에도 참여하였습니다. 이 때 축적된 지리와 역사에 대한 소양은 이후 최부가 중국 땅에 표착하여 귀환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2부. 최부 일행 43인의 표류자는 최부 일행 43명을 태운 배가 풍랑을 만나 파손된 채 표류하다가, 기적적으로 중국 땅에 표착하여 신문을 받고 송환되기 직전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제주해로가 기록된 <도로고>, <천하도>, 15세기 관복인 <철릭> 등이 전시되며, 특히 Sand Art로 만들어진 ‘표류하는 최부 일행’ 영상은 괴로운 상황에서 최부와 배에 탄 사람들의 갈등과 두려움을 표현하고자 했다.
[3부. 뜻밖의 중국 견문]은 최부 일행의 공식적인 송환 절차를 다루게 된다. 최부 일행은 항주에서 북경까지 대운하로, 북경에서 의주까지 육로로 귀국하였다. 최부 일행은 대운하의 수상 교통수단을 이용해 북상하며 15세기 중국 명대의 남과 북을 모두 견문한 최초의 조선인이었다. 최부는 『표해록』에서 우리 역사와 지리,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양국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거나 때로는 비판하는 통찰적인 자세와 인식을 보여준다. 전시 작품은 최부가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대운하’를 중심으로 다양한 유물을 선보인다. 항주에서 북경까지 대운하 전체가 묘사된 <경항도리도京杭道里圖>를 비롯하여 <절강해당도浙江海塘圖>등 명대 대운하의 모습이 담긴 서화를 살펴볼 수 있다. 강남 문인의 고상한 서재를 구성했던 가구와 문방구, 남녀의 복식과 장신구 등 중국 명대의 실물 자료를 최부의 날카로운 관찰 기록과 비교하며 살펴볼 수 있다. 이밖에 최부 일행이 귀국길에 만난 사람, 나눈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중을 대표하는 인물로 언급된 서거정徐居正, 소동파蘇東坡, 왕희지王羲之 관련 자료도 전시한다.
[4부 조선과 중국의 문화교류]는 조선과 중국의 공식 교류인 사행使行 관련 전시품을 소개한다. 최부는 4월 24일 북경을 출발해 6월 4일 압록강을 건너 의주성義州城에 도착했는데 이 육로길은 당시 조선과 명나라 사신이 오가는 사행로使行路이기도 했다. 사행은 조선 지식인이 외부 세계와 접촉하고 다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로, 사신들은 문화적 소양과 뛰어난 학문적 식견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한·중 지성인들의 격조있는 교류를 보여주는 <봉사조선창화시권(보물1404호)>과 <황화집>, 강세황姜世晃의 중국 사행 모습을 알 수 있는 <영대기관첩>과 <건륭제천수연시서첩>, 세 번이나 사행을 다녀온 김육金堉이 남긴 <연경노정표> 등을 전시한다.
<5부 조선 선비의 중국 견문기, 표해록>는 견문 이후 최부의 삶과 표해록으로 전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담는다. 1488년 6월 14일, 한양으로 무사히 돌아온 최부 일행을 반기며 성종은 최부에게 그간의 일을 쓰라고 명하였다. 최부는 상을 미룬 채 8일간 ‘중조문견일기中朝聞見日記’를 작성하여 바쳤다. 이 일기는 승문원承文院에 소장되었다가 최부 사후 30여 년이 지나 중종(中宗:재위 1506-1544)의 명에 의해 《표해록》이란 이름으로 간행되었다. 고려대학교 도서관과 일본 동양문고東洋文庫에 소장되어 있던 두 판본이 일반에게 처음으로 공개된다. 최부의 외손인 유희춘柳希春이 《표해록》을 간행하기 위해 노력한 내용이 담긴 <미암일기眉巖日記(보물260호)>도 전시한다. 그리고 후손들이 엮은 최부 문집 <금남집錦南集>, 일본에서도 번역하여 출간한 <당토행정기唐土行程記>와 이후 이름을 바꿔 출판된 <통속표해록通俗漂海錄>, <언해본 표해록> 등 여러 판본板本으로 간행된 최부의 《표해록》을 한자리에 모아 최부가 남긴 기록의 의의를 되짚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번 전시는 여러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부의 『표해록』은 오늘날 15세기 명대의 강남문화와 운하사運河史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역사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는 확고한 신념과 굳센 의지로 힘든 역경을 이겨내며 함께 한 일행 모두를 끝까지 책임졌던 헌신적인 지도자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또한, 148일 간의 여정 속에서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자료를 모아 기록으로 남긴 최부의 《표해록》은 조선시대의 기록 문화를 상징하는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초간본부터 19세기 필사본까지 그동안 간행된 <표해록> 대부분이 최초로 한 자리에 모였다. 이 중에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고려대학교 도서관본>과 <일본 동양문고본>은 처음으로 일반에게 공개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최부와 함께 표류한 제주사람들이다. 일행 중에는 제주사람이 35명으로 가장 많았다. 최부는 생사고락을 함께 한 제주사람들에 대해 이름과 성격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하였다. 이밖에 항해술, 날씨 변화를 읽는 방법, 민속신앙 등 15세기 제주사람들의 생활상도 상세히 묘사하였다. 최부의 『표해록』이 제주사람의 표해록이기도 한 이유이다.
한·중 관광교류 천만 명을 넘어선 오늘날 한·중 양국의 국민들이 상대국 역사와 문화를 상호 이해하기 위한 전시는 그동안 거의 열리지 못했다. “조선 선비 최부, 뜻밖의 중국 견문” 전시 관람을 통해서 최부가 열린 눈으로 조선과 명을 살폈듯 지금의 우리와 중국의 문화적 다양성을 생각하고 서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이 전시를 밑거름으로, 한국과 중국의 문화 교류가 수준 높게 활성화되고 제주의 해양 문화가 재조명되어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개발되기를 희망한다.
이밖에 특별강연회와 전시해설이 있을 예정이며 자세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특별강연회]
ㅇ 최부 『표해록』의 한·중 문화사적 가치
- 일시 : 2015. 7. 21.(화) 14:30~17:00
- 장소 : 국립제주박물관 세미나실
- 강사 : 박원호(고려대학교 명예교수)/최부『표해록』역주본 저자
갈진가(북경대학교 한국학연구중심 부주심)/최부『표해록』 점주본 저자
[전시해설]
ㅇ 큐레이터와의 대화
전시기간 중 매주 금요일 16:00 / 기획전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