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은 2014년 7월 15일(화) 고려시대 공예예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국보급 문화재인 고려 나전경함螺鈿經函을 (사)국립중앙박물관회(회장 김정태)로부터 기증받아 공개한다.
고려 나전칠기螺鈿漆器는 청자, 불화와 함께 고려 미술을 대표하는 공예품으로서, 고려시대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뛰어난 공예 기술과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완전한 형태를 유지하며 남아 있는 고려시대 나전칠기는 전 세계적으로 10여 점 정도이고 우리나라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나전대모불자螺鈿玳瑁拂子 한 점만이 전해진다. 특히 현존하는 나전경함螺鈿經函은 모두 8점으로 일본, 미국, 유럽 등의 박물관이나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되는 고려 나전경함은 일본에서도 최근에 알려진 것으로 보존상태도 매우 양호하다. 국립중앙박물관회는 국내에는 한 점도 없는 이 나전경함을 안전하게 들여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국외소재 우리 문화재의 환수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요즘, 국보급 고려시대 문화재가 영구히 국내로 들어와 국민들에게 전시를 통해 공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이 나전경함은 2013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회 콜렉션위원회에서 여러 번 일본 현지 방문조사를 실시하고 2014년 국립중앙박물관과의 공동 확인을 거쳐 구입 및 기증을 확정하게 되었다.
○ 구입경과
2013년 가을 유물 확인차 여러번 일본방문(위원장)
2014년 3월 초순 유물구입 협의차 일본방문(컬렉션위원회)
4월 중순 국립중앙박물관과 공동 유물 컨디션 체크
5월 9일 컬렉션 위원회 유물검토
5월 13일 국립중앙박물관회 이사회 유물구입 논의 및 구입결의
국립중앙박물관에 유물 통관 협조요청
5월 23일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 유물입고
7월 15일 유물기증 언론공개
○ 배경설명 : 컬렉션 위원회 위원장(신성수)
경함經函이란 불교 경전을 보관하는 용도로 제작된 함이다. 1231년 몽고의 침략으로 고려에서는 나라의 평안을 기원하기 위해 대장경大藏經을 만들고 이에 따라 불교 경전을 보관하는 경함이 대량으로 제작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 원종元宗 13년(1272)에 경함 제작을 담당하는 관청인 <전함조성도감鈿函造成都監>이 설치되었다는 『고려사高麗史』의 기록도 이 시기 나전경함의 대량 제작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되는 나전경함은 높이 22.6cm, 폭41.9 X 20.0cm의 크기로 무게는 2.53kg 이며 고려 후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이 나전경함은 뚜껑 윗부분의 각 모서리를 모죽임한 장방형의 상자 형태인 고려 나전경함의 형태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형태의 함은 고려시대 불화에서도 발견된다. 또한 각 면의 모서리도 날카롭게 각이 진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처리되는 고려 나전칠기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 나전경함을 장식하고 있는 주무늬는 모란당초무늬牡丹唐草文이며 부수적으로 마엽무늬麻葉文, 귀갑무늬龜甲文, 연주무늬連珠文가 사용되었다. 고려 나전경함 중 모란당초무늬가 사용된 경함은 일본 키타무라미술관北村美術館에 소장된 작품이 있으며 이번에 공개되는 경함은 크기, 무늬의 종류와 배치 등이 기타무라미술관 소장품과 거의 일치한다. 나머지 6점의 나전경함은 국화무늬를 주무늬로 사용하고 크기가 약간 크다는 차이점을 보여준다. 또한 국화당초무늬가 장식된 나전 경함의 경우 잎의 모양이 C자형이나 이 나전경함의 경우 C자형과 함께 C자형 잎에서 또 하나의 가지가 나온듯한 삼지三枝 형태로 표현되었다. 마엽무늬나 귀갑무늬의 경우 각 면의 상․하단을 장식하고 있는데 현재는 후대의 보수로 인하여 칠로 덮여져 육안으로 쉽게 확인하기는 어렵다.
기법상으로는 얇게 갈아낸 자개를 일일이 무늬대로 오려낸 줄음질 기법이 이용되었으며 마엽무늬와 귀갑무늬는 자개를 가늘게 잘라내어 무늬를 표현하는 끊음질 기법도 보인다. 이와 함께 꽃이나 원형의 무늬 안쪽에 다시 선각線刻을 하여 세부를 표현하는 모조법毛彫法도 나타난다. 이러한 나전기법은 이후 조선시대 말기까지 계속 이어지는 우리나라 나전칠기의 대표적 기법이다.
자개 외에도 금속선이 사용되는 재료 상 특징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당초무늬의 줄기는 금속 단선單線을 사용하고 무늬와 무늬의 경계를 짓는 선에는 2개를 하나로 꼰 선을 사용하였다. 나전경함에 사용된 금속선은 0.3mm 두께의 환선環線으로 형광X선 성분분석 결과 구리(Cu)와 아연(Zn))을 합금한 황동선黃銅線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고려나전경함의 목제 백골은 두께 약 1cm의 곧은결 침엽수 판재로 만들어졌으며 각 연결부에 쇠못을 밖아 조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만들어진 목제 백골은 판재의 뒤틀림과 갈라짐을 방지하기 위해 표면에 천을 입히고 그 위에 골분骨粉을 섞은 골회骨灰 옻칠과 검은 옻칠을 여러 번 발라 도장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고려 나전칠기는 국립중앙박물관 개최 특별전 “천년을 이어 온 빛, 나전칠기”(2006년) 호암미술관 개최 특별전 “대고려국보전”(1995년)에서 공개된 적이 있었으나 현존 수량도 적고 그나마 대부분 국외에 소재하여 높은 예술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에게 쉽게 감상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이번 나전경함의 기증으로 고려시대 나전칠기의 아름다움과 고려 공예미의 극치를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고 고려 나전칠기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 연구를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은 기증에 따른 유물등록절차를 진행하는 동시에 빠른 시일 안에 상설전시실에서 관람객을 맞이할 수 있는 준비를 진행할 예정이다.
나전경함 앞면 모란당초문 세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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