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문봉선의묵란전_ 청향자원展 | |
전시장소 |
공아트스페이스 전관 1/2/3/4F | |
전시기간 |
2012.3.14(수)– 4.1(일) | |
담당자 |
(홍보)민지혜큐레이터 (기획)박소민큐레이터 |
T. 02-735-9938, 730-1144 F. 02-737-5527 E-mail: gongartspace@gmail.com |
문봉선의묵란전_ 청향자원(凊香自遠:맑은 향기가 스스로 멀리간다)
10폭으로 늘어선 대형 난들의 향연
선비정신을 대변하는 사군자 “난”
들숨과 날숨, 일필휘지(一筆揮之)의 미학
蘭 191x132cm 지본수묵 2012
蘭性堪同隱者心 난초의 성품은 은자의 마음과 같아
自榮自萎白雲深 흰 구름 깊은 곳에서 홀로 피고지네
春風歲歲生空谷 봄바람에 해마다 빈 골짜기에 불면
留得淸香入素琴 맑은 향기 거문고 손으로 불어온다네
淸汪士愼詩
오는 3월 14일부터 문봉선 개인전이 공아트스페이스 1~4층 전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사군자의 첫 번째로 매화를 선보이며 수많은 관람객 속에 성공한 전시를 열었던 동양화가 문봉선의 두 번째 개인전으로 난(蘭)을 한 전시이다. 지난 35년간의 난에 대한 연구의 결과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총 100여 점의 작품이 공아트스페이스 전관을 가득 메울 예정이다.기교보다 마음으로 그리는 것이 선비의 그림이다. 때문에 예로부터 난은 문인화가들의 단골메뉴였다.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와 흥선대원군으로 잘 알려진 석파 이하응(石坡 李昰應)이 그 대표적인 예로 이하응의 호인 석파는 ‘돌 사이에 피어난 난’을 잘쳐 생긴 호이기도 하다. 일찍이 추사는 바른 마음과 세속을 떠난 마음으로 난을 대하여야 한다는 의미에서 “난치기가 어렵다”라는 말을 한바 있다.이것은 난이란 ‘그리는’것과는 다른 차원의 대상임을 가장 잘알려 주는 대목이다. 왜냐하면난의 ‘잎’은 예로부터 그린이의 정신과 성품을 담아 일필휘지(一筆揮之)으로 그려내기 때문에 선대의 문인화가들도 붓을 들기 전 정신을 가다듬고 마음을 수양하여 정좌하고 대하였으며, 숙련된 화가들에게도 자신의 인품을 속속들이 보여주는‘난’ 이라는 대상의 특징적인 성격으로 인해 붓을 잡기 주저함을 주는 대상이다. 이렇듯 ‘난’이란 동양화가에게는 마음에 무거운 돌을 얹어 놓듯 어려운 주제기이며 들숨과 날숨의 호흡의 조절과 난 잎을 쳐내는 한 획에 모든 정신을 담아야 하는 사군자 중 힘 조절에 있어서 고난위도의 숙련된 붓질이 필요한 대상이다.
공아트스페이스 2층 전시장 전경 / 蘭 185x880cm 지본수묵 2011
공아트스페이스 1층 전시장 전경/ 蘭 145x368cm 지본수묵 2011
• 10폭으로 늘어선 대형 난들의 향연
이번 공아트스페이스에서 전시하는 문봉선의 난(蘭)은 크고 압도적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대형의 묵란(墨蘭)들이 춤추듯 전시장을 가득히 메우고 있다. 작게는 6폭 크게는 10폭으로 9미터를 넘는 대형작품으로 구성된 난 연작들은 그 동안의 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충분해 보인다. 마치 화면 안에 실제로 바람이 불어 휘어지고 흔들리 듯 움직이는 것과 같은 인상을 주며, 곡선 위주의 흘림체의 일종인 초서와 함께 화면을 가득 메운 구성은 난과 초서의 조화로움을 통해 먹의 필력 가득한 분방함과 난 잎의 흔들림을 더욱 극대화 시키는 듯 하다.
蘭35x46cm 지본수묵 2011 蘭39x55cm 견에 수묵 2011
• 초서와 함께한 독특한 구성
작가는 전통적인 화법을 구사하기도 하지만 과감히 새로운 화법을 이번 전시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무려 4미터의 폭에 돌과 난으로 구성된 이 대형 작품은 화면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피사체인 돌안에 초서를 빼곡히 써넣어 돌의 질감을 대신하기도 하고 초서로 가득 매운 사이에 난을 피워 글씨일까 혹은 그림일까?라는 즐거운 상상을 돋우기도 한다. 일명 돌 사이에서 피어난 난인 석파란(石坡蘭)을문봉선 작가의 작품에서는 현대적인 공간구성을 가진 대형 작품으로 만날 수 있는데, 7폭의 연작 안에 커다란 여백을 두고 펼쳐진 돌과 난의 역동적인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日日臨池把墨硏 날로 먹을 갈아 붓을 쓰지만
何曾粉黛去争姸 어찌 안료 써서 고움을 다투랴
要知畵法通書法 화법이 서법과 통함을 알 뿐이니
蘭竹如同草隸然 난초와 대나무는 초서 예서와 같다오
鄭板橋詩
蘭39x205cm 지본수묵2011
• 한국의 난에 매료되다.
길쭉하게 뻗은 시원한 잎, 수줍은 듯 고개 숙여 피어 있는 꽃은 전형적인 난의 특징이다. 대학을 입학하기 전부터 난치기를 즐겨 했던 작가는 학업을 통해 중국의 난과 한국의 난이 다르다는 걸 체감하고 한국의 난을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제주가 고향인 작가는 제주의 한란과 안면도 송림의 야생춘란 군락지를 찾아가 생물학적 특징부터 면밀히 분석하고 사실적인 탐구를 연마하여 드디어 오롯이 작가 문봉선만의 정신과 마음의 향을 물씬 먹은 난을 피워냈다.
뿐만 아니라 공간의 조율에 있어서 작가는 비움과 채움의 미학을 한껏 살려 무한한 공간에 묵직함과 가득함 그리고 ‘난’ 중심으로 펼쳐지는 상상력의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리고 종이뿐만 아니라 ‘견’과 ‘모시’에 그려 낸 묵란들은 먹과 천이 가진 고유의 물성으로 인해 종이 위에 그려 진 묵란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먹 맛’을 만나보게 될 것이다. 또한 먹의 깊은 맛을 우려내는 동양화의 명맥이 점점 희미해가는 현재의 미술계의 상황을 고려 해봤을 때 문봉선의 먹에 대한 고집스러운 철학은 앞으로 동양화가로서 미술계에 새로운 한걸음을 땔 젊은 작가들에게 한줄기 일깨움과 용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는 뜻 깊은 전시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이번 공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문봉선의 묵란전은 오는 3월 14일부터 4월 1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