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첫 번째 회화실 교체전시 용의 해, 임진년을 맞아 새롭게 선보이는 옛 그림들 |
○ 전시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서화관 회화실
○ 전시작품 : 석경石敬 필 <운룡도雲龍圖> 등 93점
○ 전시기간 : 2012년 1월 31일(화)~ 5월 27일(일)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은 신년을 맞아 소장품 가운데 중요 작품을 선별하여, 서화관 회화실 (인물화실, 산수화실, 화조영모화실, 궁중장식화실)의 전시품 93점을 전면 교체하여 새롭게 선보인다. 새롭게 단장된 회화실에서는 조선초기 화가 안견安堅부터 조선중기 허주虛舟 이징李澄(1581~?), 조선후기 겸재謙齋 정선鄭敾(1676~1759), 조선말기 북산北山 김수철金秀喆, 민영익閔泳翊(1860∼1914)에 이르기까지 시기별로 화단을 대표하는 유명 화가들이 그린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인물화실에서는 얼굴의 미묘한 음영처리가 돋보이는 남구만南九萬(1629∼1711) 초상 등 초상화 3점을 전시한다. 단원 김홍도金弘道(1745~1806년 이후)가 그린 중국 고사인물화 <서원아집도西園雅集圖>와 윤두서尹斗緖(1668∼1715)의 <진단타려도陳摶墮驢圖>도 소개한다. 화려한 청록산수화풍으로 그려진 <진단타려도>는 조광윤이 송宋 태조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 나귀에서 떨어졌다는 진단의 고사를 그린 것으로, 숙종이 친히 감상하고 시를 지어 화면의 위쪽에 단정히 써내려간 기록이 있어 더욱 주목되는 명품이다.
산수화실은 2월 7일(화)부터 교체된 유물을 볼 수 있다. 조선초기 안견의 작품으로 전하는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와 안견의 영향을 받은 작품인 전傳 양팽손梁彭孫(1488∼1545)의 <산수도>를 함께 전시한다. 그 외에도 겸재 정선, 현재玄齋 심사정沈師正(1707∼1769), 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1710~1760), 고송유수관도인古松流水館道人 이인문李寅文(1745~1821) 등 조선후기 화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화조영모화실에서는 물고기 그림으로 유명했던 장한종張漢宗(1768~1815)의 <어해도魚蟹圖> 8폭이 선보인다. 장한종은 궁중화원으로 1795년(정조19년)「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제작에 김득신金得臣·이인문李寅文 등과 함께 참여하였으며, 어해화魚蟹畫를 특히 잘 그려 이 분야의 제일인자로 손꼽혔다. 소년시절부터 숭어·잉어·게·자라 등을 사다가 자세히 그 비늘과 껍질을 살펴보고 묘사하였으며, 매번 그림이 이루어졌을 때 그 박진함에 감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고 전한다.
또한 조선의 3대 묵죽화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수운岫雲 유덕장柳德章(1675∼1756)의 <묵죽도墨竹圖> 2폭, 민영익의 <묵란도墨蘭圖>, 수묵의 농담처리가 돋보이는 조속趙涑(1595~1668)의 <노수서작도老樹捿鵲圖> 등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유압도遊鴨圖>로 유명한 홍세섭洪世燮(1832∼1884)의 <영모도> 8폭을 모두 전시하여, 수묵으로 담아낸 조선 화조영모화의 수준 높은 경지를 접할 수 있는 드문 기회가 될 것이다. 조선의 여인을 대상으로 풍속화를 그려 유명한 혜원 신윤복이 그린 닭 그림도 흥미롭다.
궁중장식화실에서는『조선시대 궁중행사도I-서화유물도록 18집』(국립중앙박물관, 2010년)을 통해 새롭게 조사․소개된 <진하도陳賀圖>가 전시된다. 이 작품은 정조가 1783년 장헌세자莊獻世子와 혜경궁 홍씨에게 존호를 올리는 행사를 기념하여 제작된 병풍이다. 이 때 정조는 장헌세자에게 “수덕돈경綏德敦慶”이라는 존호를, 혜경궁 홍씨에게는 “자희慈禧”라는 존호를 올렸다. 어좌를 중심으로 줄지어 도열한 관원들의 규모, 곳곳에 구사된 금 안료와 화사한 채색 등에서 뛰어난 궁중화원이 그린 궁중행사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임진년 새해를 맞아 전시된 조선시대 용 그림도 이번 교체전시에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15세기중엽~16세기전반에 활동하였던 석경石敬이 그린 것으로 알려진 <운룡도>와 대형의 걸개그림 <운룡도>가 선보인다. 석경은 인물화, 묵죽화, 운룡雲龍을 잘 그렸던 조선초기 화원화가로 알려져 있다. 석경필 <운룡도>는 여의주를 앞발로 쥔 채 구름 속으로부터 몸을 부분적으로 드러낸 용의 역동적인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다.
또한 가로 세로 각 2m에 달하는 대형의 걸개그림 <운룡도>는 매우 두꺼운 종이 위에 두텁게 안료를 구사하여 그린 그림이다. 접어서 보관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상단에 끈이 매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 걸어놓고 실제 사용했던 용 그림으로 생각된다. 조선시대에 용은 귀신과 재앙을 막아 주는 신통력을 발휘하는 존재였다. 이 그림은 아마도 정월 초 궁궐이나 관청의 대문 등에 귀신과 재앙을 물리치기 위해 붙였던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먹구름 속에서 몸을 틀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용의 모습은 활달하고 섬세한 필선으로 그려져 있어 힘차고 웅혼한 기상이 느껴진다.
임진년 새해를 맞아 국립중앙박물관 회화실 유물을 전면교체하여 새롭게 선보임으로써 관람객들은 조선시대 회화의 깊은 맛과 미적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