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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분, 규제를 버리고 생각을 바꾸자" - 윤철규 代表 [서울아트가이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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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연말의 선거도 끝났으니 무언가 새롭게 시작할 때로는 제격이다. 한국미술 쪽에서도 정말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바람, 기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언가의 결단과 희생이 뒤따라야 하는 법. 지나간 얘기지만 돌이켜 보면 쟁점은 간단했다. 나라와 사회는 부유한 쪽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개인 생활은 왜 점점 더 어려워지느냐 하는 난제였다. 


선거는 끝났고 이제는 팔을 걷어붙이고 문제를 풀 시간이 됐다. 어떤 결단을 보여주고 어떤 희생을 자청할 것인지 기대가 크다. 또 진행 과정도 궁금하다. 이처럼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차원은 좀 다르지만 비슷한 이율배반적인 일이 한국미술 쪽에서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근래 한국미술은 일반의 관심도 높아 지고 인프라도 매우 충실해졌다. 그런데 관심은 관심에 그칠 뿐 한국미술 시장, 이른바 고미술시장은 심각한 불황속에 있다.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 수는 지난 몇 년간 놀랄 만큼 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연간 관람객 수는 300만 명을 거뜬히 넘어 세계10위권에 랭크돼있다. 인프라도 충실하다. 각 도마다 국립중앙박물관 산하의 11개 국립박물관이 있고 그 외에 지자체별로도 박물관이 있다. 또 보다 하급 지자체들도 박물관 설립을 추진중이다.  


그렇다면 미술시장은 어떤가. 유사 이래란 말이 무색할 정도의 불황이라고 아우성이다. 수백만 명의 관람객이 박물관에 쇄도하는 가운데 유물을 공급하는 쪽은 최악의 불황이라니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새 술을 새 부대에
한국미술시장이 지나온 과정을 살펴보면 무언가 해결의 단서가 보일법도 하다. 한국미술시장은 어떤 의미에서 공급 루트를 새롭게 찾아내면서 끊임없이 수요를 창출해왔다고 할 수 있다. 해방 이후 60년대까지는 조용했다. 이런 미술시장에 처음으로 폭발 성장을 보인 것은 70년대 들어 새마을운동이 본격화된 이후부터다. 당시 농촌에는 초가지붕을 걷어내는 것을 비롯해 대대적인 생활환경 개선사업이 이뤄졌다. 더불어 갈 곳을 잃은 옛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서화뿐 아니라 당시 쓰고 있던 일용품들이 민예품이 돼 시장으로 나왔다. 당시 전국 각지의 시골을 돌아다니며 이런 물건을 수집하는 수집상이 수백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두 번째는 80년대 중반이다. 수출정책으로 경제적 여유가 생기자 해방 전 일본에 건너간 물건들을 되찾아온 것이다. 한창때 일본을 드나들던 상인 숫자는 매월 수십 명에 달했다. 이들은 한국물건이 있는 곳이면 멀리 아오모리에서 규슈까지 훑고 다녔다.     


세 번째는 중국과의 수교다. 90년대 중반 중국과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중국을 통해 북한의 고미술품들이 대량으로 유입됐다. 이 중에는 북한주민들이 사용하던 생활용품에서 개성일대에서 발굴된 청자까지 포함돼 있었다. 북한과 가까운 단둥에는 한국 미술상인들이 진을 친 상가까지 생겨났을 정도였다. 


이제 이런 공급루트가 말라버린 것이다. 농촌에서 일본, 북한까지 훑어온 이상 세상에 어디 또 한국미술품이 있을 것인가. 사정이 이렇다면 생각을 바꿔 수요를 새롭게 만드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기존의 생각에서 바꿀게 몇 있다.  


하나는 옛 명품론이다. 한국미술에서 명품으로 꼽히는 유물의 상당수는 일제때 일본인의 미감(美感)에 의해 정의된 것들이다. 시대가 맞춰 우리 감각의 명품을 찾아낸다면 숨어있는 수요 발굴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고리타분한 명분을 버리고 규제를 풀자는 것이다. 한국을 좋아하는 외국인이 저가의 한국미술품 한두 점쯤 사가는 게 무슨 거창한 문화재 유출인가. 이런 과감한 발상 전환이라면 새로운 수요와 공급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새 술을 새 부대에’란 슬로건은 생각부터 바꾸라는 뜻일 것이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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