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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전한 유리창 방식으로는 곤란" - 윤철규 代表 [서울아트가이드 칼럼]
  • 1924      

윤철규 代表/ koreanart21.com


ART ISSUE(14)

도쿄공과대 명예교수인 이누이 마사오(乾正雄)라는 분이 ‘밝은 게 문명개화를 상징한다’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조명학 권위자인 이 교수의 말은 일본의 메이지 시대에 조명이 소개된 이래 ‘밝은 것이 좋은 것이란 생각 아래 점차 밝게만 해왔다’는 것이다. 또 밝은 것은 사람을 안심시키기도 한다고 했다. 물론 조명 예찬은 아니다. 원전 사고로 절전이 요구되는 만큼 지나치게 밝은 것을 조금 줄여도 괜찮다는 문맥에서 한 말이다.

그의 말은 그렇다 치더라도, 현대적 세련이나 화려함이 조명 밝기에 비례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패션뿐 아니라 미술 쪽도 그렇다. 현대 미술을 다루는 갤러리들은 대개 이 밝은 것을 무기로 삼는다. 그래서 높은 천정에 흰 벽 그리고 눈부실 정도로 밝은 조명으로 공통돼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옛 그림인 <코르넬리스 반 데르 히스트의 갤러리>라는 작품을 보면 과거의 모습이 짐작이 간다. 이런 흐름에 혁명적인 생각을 해낸 사람이 있는데 바로 1946년 뉴욕에서 화랑을 연 베티 파슨스(1900-1982)였다. 그녀는 애드 라인하르트, 바넷 뉴먼, 잭슨 폴록같은 젊은 미국작가들을 다루면서 적어도 옛 유럽의 화랑 분위기에서는 벗어나고자 했다. 당시 화랑은 벨벳 벽에 빅토리아풍의 장식 일색이었다. 또 이단, 삼단으로 그림을 거는 게 보통이었다.

그녀는 이것을 미국의 젊은 미술에 어울리게 흰 벽으로 완전히 바꿔버렸다. 잭슨 폴록도 그녀의 의견에 찬성했다고 한다. ‘시대에 맞게, 작품에 어울리게’라고 한 고민이 갤러리 모습을 변모시킨 것이다. 그녀의 혁신 정신은 눈부시게 화려하고 천정높은 갤러리들을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 동양미술 쪽은 어떤가. 홍콩의 골동거리인 캣 스트리트를 가보면 지금도 중국 미술품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이 모델은 아마 청나라때 베이징의 골동가 유리창(琉璃廠)일 것이다. 가게에 들어서면 선반마다 천정까지 물건들이 가득 차있다고 하는 얘기는 이곳을 견학했던 조선후기 실학자들의 글에도 자주 나오는 묘사이다. 어쨌든 물건을 잔뜩 벌여놓고 장사를 하는 것은 이미 청나라 때부터 시작된 장사 수법이다.

전시를 보여주는 새로운 방식

일본에서도 차 도구를 다루는 가게를 빼면 대체로 이랬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를 일신한 사람이 있었다. 20세기 초 전세계를 상대로 일본은 물론 동양미술을 다뤘던 미술상 야마나카 사다지로(山中定次郞 1866-1936)였다. 그는 우리와도 인연이 깊은데 지난달 열린 ‘풍속 인물화전’에 나온 <혜원 전신첩>은 간송 전형필 선생이 오사카에서 야마나카와 담판을 지으며 사가져온 보물이라고 한다.

그는 뉴욕으로 건너가 미국 땅에서 장사를 하면서 유리창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디스플레이를 선보여 미국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선 그는 가게 안에 도코노마(床の間)를 만들었다. 도코노마는 방바닥보다 한 단 높게 다다미를 깔고 흙벽을 배경으로 꽃을 꽂아 두기도 하고 족자도 걸어놓는 곳이다. 그런데 이걸 가게 안에 만들어놓고 그림을 걸어보이며 고객들로 하여금 마치 일본집의 거실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했다. 애초부터 관심을 갖고 기웃거리던 미국인 컬렉터들은 이런 이국적 분위기에 완전히 매료됐다고 한다.

그는 또 테마 전시라는 기법도 고안해냈다. 전시라는 개념조차 없던 풍토에 제목을 붙여 전시를 꾸미고 또 카탈로그라는 것을 만들어 사전에 손님들에게 배포하면서 새로운 이벤트를 연출한 것이다. 아무튼 그의 탁월한 아이디어는 큰 히트를 했고 여세를 몰아 런던, 파리에 지점을 내면서 세계의 야마나카라는 소리를 듣게 됐다. 물론 이 기법은 지금도 쓰이고 있다.

오래된 남의 얘기를 장황하게 하는 건 우리 사정 때문이다. 한국미술시장은 정말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들 남의 얼굴만 쳐다볼 뿐 거의 모든 것이 수십 년째 그대로이다. 만물상회 수준의 유리창식(式) 디스플레이. 세련과는 거리가 먼 실내 인테리어. 스마트폰 시대가 무색하게 소개 사이트 하나 없는 현실 등등.
실정이 이러니 악순환이다. 불황을 탓하고 남을 탓하기 앞서 요즘 시대에 맞는 장사 방법, 전시 방법을 고민한 적이 있는지 의문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지금이라도 누군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면 늦지 않을 것이다


편집 스마트K (koreanart21@naver.com)
업데이트 2024.12.0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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