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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미술, 무료입장“ - 윤철규 代表 [서울아트가이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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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규 代表/ koreanart21.com


ART ISSUE(13)

비단 종교가 아니더라도 교양이나 인격이 일정한 영역에 도달한 경우에는 대개는 그 바탕에 자기 성찰이란 단단한 기초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한 때 종교계에서 ‘내탓이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집단적 자성(自省)을 촉구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교양과 인격만으로는 살기 힘들다는 세상사에서는 ‘네 탓이요’ 라고 하는 쪽이 더 현실적이라 할만하다. 나아가 필자가 속해있는 범인, 속류들에게는 ‘네 탓’이라고 하는 쪽이 뒷끝이 개운하다고 생각될 때가 많다.

말이 난 김에 한국미술(시장)이 영 맥을 못 추고 있는 이유로 ‘네 탓’ 한 두가지를 언급하면 어떨까 한다. 들어가기 전에 한국미술이란 말에 대해 약간 부기를 하자. 한국미술은 근대를 포함한 그 이전의 것을 대상으로 쓰고자 하는데 물론 세간에는 고미술이나 골동이란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헌데 이 말들이 근래 들어 그 뉘앙스, 이미지가 퍽이나 나빠진 게 사실이다. 대개 이상야릇한 사건 속에 함께 등장한 때문인데 그러다보니 ‘밝고 착실한 것’ 또는 ‘현대적이거나 쿨한 것’과는 무관한 것처럼 비춰지게 됐다. 다 같은 자료에 다 같은 물건을 가리킬 바에는 좋은 쪽을 쓰자고 하고 싶다.

또 이치상 맞는 점도 있다. 우리가 ‘중국 미술’이나 ‘일본 미술’이라고 하면 대개 그것은 그 나라에 죽 내려오는 전통적인 미술을 가리키는 게 보통이다. 장샤오강,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은 당연히 중국 ‘현대’미술, 일본 ‘현대’미술이라고 부르고 있지 않은가.

입장료 무료, 심각한 문제
누굴 탓하려고 이렇게 길어졌는고 하면 입장료 건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하늘은 높고 푸르고 단풍잎은 곱게 물드는 이번 가을에 아마도 또 메어 터질 것이다. 작년 국립중앙박물관의 입장객수는 아트뉴스페이퍼가 금년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067,909명이었다. 세계에서 9번째다. 일 년 중 휴관일을 빼면 어림잡아 하루 1만 명 정도가 방문한 셈이다. 이렇게 많은 숫자라면 한국미술 붐같은 것도 기대할 법도 하다. 그런데 이것은 정말 숫자에 그칠 뿐이다. 그래서 무료 입장 때문에 한국미술을 쉽게 여기고 깔보게 됐다는, ‘네 탓’이란 말을 하고 싶을 정도가 된 게 한국미술 시장의 현실이다. 일본 사진작가 스기모토 히로시는 ‘현대 미술도 언젠가는 고미술이 된다’고 했다. 딱 그처럼 박물관 물건도 박물관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는 모두 시장 물건이었다. 그런데 그 박물관에서 모든 것이 무료이다. 세상에는 아마 공짜나 무료를 보고 귀하고 소중하다고 벌벌 떠는 사람은 없을 거다. 박물관, 미술관도 이제는 월드 레벨에서 생각하고 정책을 펼 때가 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제9번째로 집계된 월드 베스트 비지티드 뮤지엄들 가운데 영국대영박물관, 미국 워싱턴의 내셔널 갤러리 등 한두 곳만 빼놓으면 나머지는 받아도 아주 호되게 입장료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보면 세계 넘버원(2010년 850만 명)의 루브르미술관은 입장권이 10유로다. 퐁피두센터(8위)는 10-12유로, 인상파 작품이 잔뜩 걸려있는 오르세미술관(10위)은 8유로다. 경제 사정이 어려운 미국은 입장료를 속속 인상중인데 뉴욕 Met(3위)은 명목상 무료이지만 20달러였던 권장입장료를 금년 7월부터 25달러로 올렸다. 그리고 뉴욕현대미술관 MoMA도 9월1일부터 20달러에서 25달러로 올렸다. 입장객수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을 한참 뒤진 일본 도쿄국립박물관(17위)도 입장료는 600엔이다. 물론 특별전은 당연히 따로 받는다.

국민의 문화 향유권과 사회적 평생교육 등등을 고려한 나라의 정책이라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자국민이 뉴욕이나 파리 하다못해 가까운 도쿄에 가서는 꼬박꼬박 입장료를 내는 반면 우리는 전부 무료라고 한다면 그것은 어떤 근거인가. 제국을 꿈꾸지 않는 이상 그것은 남의 눈에 허세로 보일 거다. 한국미술에는 정책도 있고 국제도 있고 시장도 함께 있다.

또 3백 6만이란 숫자에도 허수가 잔뜩 끼어있다. 어느 박물관, 미술관도 미래를 위해 학생 관람객은 소중히 여긴다. 그래서 할인제를 적용하며 그들의 통계는 별도로 한다. 만일 학생 입장객을 별도로 집계한다면 우리 박물관의 어덜트 숫자는 아마 초라할 수 있다. 세계 10위권이라고 하지만 헤집고 보면 자화자찬일 가능성이 크다. 마침 지난 27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모처럼 준비한 대형기획 ‘초상화의 비밀전’이 열리고 있다. 이 특별전은 입장료가 5,000원이다. 얼마나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오실 것인가.


※ 참고 List of most visited art museums in the world
http://en.wikipedia.org/wiki/List_of_most_visited_art_museums_in_the_world

편집 스마트K (koreanart21@naver.com)
업데이트 2024.11.1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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