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더하지 않는다는 것 때문인지 두 번이나 맞은 새해에도 크게 새로운 느낌이 들지 않지만, 1월의 미술계는 새로운 단계의 지형이 펼쳐질 듯한 희망적인 기사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우선 주요 미술관, 박물관 등 기관과 대형 화랑에서 전시를 포함해 2023년 활동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22년에 아트페어와 굵직한 갤러리 전시가 눈길을 끌었다면 2023년은 비엔날레와 미술관들이 미술계를 이끌어나갈 수 있을 듯합니다. 봄에 광주 비엔날레, 가을에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등이 계획되어 있고, 김환기, 장욱진, 김구림 등의 대형 회고전도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열렸던 에드워드 호퍼 개인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역 박물관 미술관도 야심찬 계획들을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는데, 특히 RM이 방문해 기사화 됐던 창원은 방문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듯합니다. RM의 솔로앨범을 장식한 윤형근 작가는 파리에서 연 개인전이 아주 북적였다고 하는데 RM 효과도 꽤 있을 듯합니다. 

국내 작가들의 국내 전시 외에도 해외 유명 미술관 진출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은 세계 유명 미술관과 협력 전시를 계획하고 있지만, 문체부 특정감사를 통해 위법, 부당 업무 처리가 적발되면서 또한번 비난을 받게 됐고, 연초 비전 발표자리에서 관장이 나서 해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립박물관회젊은친구들이 나전함을 구입해 기증하는 행사를 치렀습니다. 

1조 미술시장이라고 일컬어졌던 시장은 경매 쪽에서 냉각 기운이 퍼져나가면서 시장분석에 집중되는 모습입니다. ‘조정기’라는 분석 하에서 다음 주자가 될 작가들을 예상하기도 합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 유명 화랑들이 한국의 젊은 작가들을 과감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띕니다. 

아트바젤을 뒷배로 해 크게 기대를 모으던 싱가포르의 제1회 아트SG가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서울의 프리즈보다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3월에 아트바젤 홍콩이 코로나 이후 정상 개최될 예정인 시점에서, 새로운 동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 도시는 싱가포르나 홍콩이 아닌 서울이 될 수 있을지도 기대해 볼 수 있겠습니다. 미술시장이 선진화 되기 위해서는 화랑이나 아트페어가 건강한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할 테고, 세대 교체되고 있는 화랑계가 어떤 활동을 보여줄지도 기대됩니다. 

올해부터 상속받은 문화재와 미술품의 상속세액이 2000만원 이상일 경우 현금 대신 미술품·문화재로 물납이 가능하게 되어 첫 단추를 앞두고 있는데, 아직 시행령에 대한 대통령령이 발의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문체부가 마련하고 있다고 하는 세부 규정이 성패를 가를 것 같습니다. 미술품 시장을 건전하게 만들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