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23일, 국립중앙박물관
정준모, 윤철규, 김진녕, 최문선
윤 재미 있었어요. 특히 세계문화관을 보면서 우리나라 박물관에서 이집트 미라도 보다니...했죠. 제가 미라를 처음 본 것이 20여 년 전 도쿄에서였는데, 그때 느낌이 일본은 미라 전시도 하는구나, 했던 기억이 나서 세월을 느끼게 되네요.
정 브루클린미술관 소장품인데 미라 본체는 왔다가 미국으로 돌아갔고, 코로나 사태로 이집트 유물들을 찾아갈 여력이 없는 탓에 전시를 오래 볼 수 있게 된 거죠.
최 박물관에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전남도립미술관 새로 오픈하면서도 사람이 엄청 많이 몰렸다고 해요.
김 그곳도 이건희 기증품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몰린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정 사람들이 미술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된 것 또한 나름대로 기증의 의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그다음 단계로 문화적인 식견이나 양식 같은 것들을 늘이는 것은 또 우리들의 숙제죠. 문화재단 소장품이나 홍관장 명의로 된 작품들은 기증된 것이 아니니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삼성 일가가 가진 소장품 중의 일부만 넘어 온 것인데, 차후 이어지는 전시는 어떤 반응을 얻게 될지 궁금하긴 합니다.
김 이건희 소장품의 기증에 대해서는 나쁘다 좋다고 얘기할 수 없지만, 이미 좋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기증이 아니라) 재단 등을 통해서 사설 컬렉션을 계속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면 그건 분명히 좋은 일입니다.
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가을부터 리움에서 다시 전시 시작할 거라는 소식에 기대가 돼요. 한국 사립 미술관들이 힘을 내면 좋겠습니다. 리움 재개관 전시는 무엇으로 시작하려나요?
김 리움의 재개관은 여성 작가 한 분 기획전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윤 위드 코로나 시대라고들 하던데, 미술관 암흑시대는 이제 지나갔구나 싶습니다. 공공장소 중에서 미술관만큼 안전한 곳도 없으니 미술관을 많이들 찾았으면 합니다.
김 사전예약으로 인원을 너무 많이 제한하는 감이 있어요. 조금 더 풀어줘도 될 것 같은데, 이렇게 제한을 많이 하니까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의 기증전시 같은 경우는 웬만한 사람은 볼 수가 없게 되고...
정 오늘 국립중앙박물관 와서 보니, 중앙박물관이 너무 많은 걸 거머쥐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고고학에, 인류학에, 이집트에, 네덜란드에, 불상, 청자, 회화... 앞으로 민간 미술관이든 지방의 공립미술관이든 조금 더 역할 분담을 해야됩니다. 나름대로 준비는 많이 된 듯하니 폭을 좀 넓혀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8월 미술기사 ---
윤 지금 주요 사립 미술관들은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김 호림, 아모레퍼시픽 등이 꾸준히 전시하고 있고, 화정, 한원 등도 있지만...
최 간송미술관은 전시 소식은 없는 대신 유물을 NFT로 제작해서 재정마련에 힘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 미술관 후원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좋은 일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간송도 앞으로는 기대해 봐야죠. 대구의 미술관 오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 대중들 사이에서 간송의 이미지는 그 보화각에서의 길게 줄 서서 보던 그 전시가 강하죠. 연구 결과를 모아서 봄 가을에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하던 그 귀하고 아름다운 전통이 끊이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DDP에서도 계속 전시하고 했으니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DDP의 전시들은 상대적으로 임팩트가 강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윤 시대가 변하고 사정도 있으니 안타까운 일들도 생기겠지요.
정 간송은 역시 그 파출소 앞에까지 줄 서 있다가 들어가서 청나라 제 장 안에 들어 있는 유물들을 어룽어룽한 유리를 통해 보던 그 맛이 있었죠.
최 바깥에서 공작새랑 같이 줄 서서 기다리다가.
윤 내부 사정이야 있지만 간송의 귀한 유물과 함께 그런 문화적 전통은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합니다.
김 연구 결과를 내고, 봄 가을 전시에서 전통적인 디자인의 도록을 꼬박꼬박 내고 하는 그런 전통이 없어진 것도 아쉬운 상황인데, 불상 두 점을 내놓고 처분하는 과정, 이후 NFT 판매 등을 보면서 연구하고 전시하는 간송의 기능과 작품을 소유하고 있는 소장자로서의 간송이 분리가 되지 않아서 간송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 면이 있겠지요.
정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아쉽고 안타깝죠. 어쨌든 돈은 계속 들어가야 하니까. 지금이라도 간송에서 기부금을 적극적으로 받겠다고 한다면 10만원이라도 내겠다는 사람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방식으로 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한꺼번에 재정을 마련하려고 하기보다는.
최 이번 달에 인사 기사가 몇 개 눈에 띄었습니다.
윤 전영우 씨의 문화재위원장 소식에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 이영철, 광주 비엔날레 총감독에 박양우 등입니다.
김 재심사를 거쳐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으로 이영철 교수가 선정됐고, 작가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미디어 작가 김윤철입니다.
정 과정은 시끄러웠지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래 봅니다. 선정 작가는 전자음악 기반으로 하고 새로운 기술을 많이 보여줄 것 같은데 베니스에서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긴 합니다.
최 요즘 미술 시장도 호황이고 미술관과 박물관에도 사람이 많아요. 미술에 관심이 많아진 시점이고 미술 전시 기사도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김 아까도 말했지만 사실 극장이나 식당이나 콘서트보다 훨씬 더 안전한 데가 미술관이라서. 빨리 인원제한이 풀렸으면 좋겠어요.
최 조금 더 많이 들어가도록 할 필요는 있어 보이지만 완전히 인원제한을 하지 않게 될 가능성은 적은 것 같습니다.
정 이건희 전시의 경우는 최초라서 사람이 많은데, 이제 2차, 3차로 열게 되면 작품들도 사람들의 기대에 못 미치게 될 수도 있고... 이런 반응이 계속될까요?
윤 관심이 계속 유지될 거라고 기대하기는 힘든 것 같네요.
김 너무 반짝 관심에 목말라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국립미술관 학예사의 전시회 관련 기고에서도 BTS의 RM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기자들이 그런다고 해도 심지어 학예사가 그러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정 현재 RM이 대한민국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죠. RM이 본 전시와 안 본 전시로 나뉜다고 하니.
최 워낙 영향력이 있으니까 무시할 수는 없죠.
김 예전에 빅뱅의 탑에게 그런 역할을 기대하기도 했었는데 비슷한 것 같습니다. 누구의 외손자니 뭐니 하고... 사실은 그게 본질적으로 별로 아무 의미도 없었는데 말이죠.
정 전문가들의 평가보다 연예인의 선택이 더 신뢰가 가게 된다는 것은 잘못된 거죠.
최 RM이 없었더라면 윤형근 박서보 등의 작가를 평생 알 리 없는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작품을 보게 되는 효과는 있잖아요.
정 그런 이들이 본다고 해서 박서보 그림이 달라지거나 하지는 않을 걸요.
최 여튼 그런 효과 때문인지 MMCA 서울관의 이건희 전시는 예매권 두 장에 15만 원을 부르는 사람까지 나왔다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김 백신 주사 광클릭하게 만든 거하고 똑같은, 바보 같은 정책이라고 생각해요. 백신도 언제 들어가도 차근히 자기 순서가 되면 다 맞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좋고, 전시도 보고 싶은 사람들은 천천히 볼 수 있게 할 수 있는데, 남들보다 빨리 선점해야 하는 분위기를 조장하잖습니까. 조금씩 보여줄 수도 있고 방법이 많은데, 너무 인기 있어 매진되는 것이 좋은 것처럼 홍보하고 자랑하고.
정 문화기관이 홈쇼핑처럼 하면 안 되죠. "매진임박!"
김 '절판 마케팅'이라고 해야 할지.
최 국공립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사실 그런 압박을 안 받아야 되는 것 같은데, 큐레이터들도 관람객 수나 인기도 같은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김 유튜브 채널을 오픈하면서 조회수가 얼마를 넘었다 같은 홍보기사를 내기도 합니다.
정 미술관의 관람객 수는, 특히 무료 전시의 경우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거예요. 수치를 들여다보면 갑자기 연말이 되면 관람객이 늘어난 게 보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국민에게 서비스해야 하는 기관에서라면 매진사례를 기뻐하기보다는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가는 게 더 중요하죠.
윤 어쨌거나 오늘 세계문화관 전시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몇 가지 대여 유물을 통해서 가지고 있는 것들을 많이 보여주었던 것 같아요. 2003년에 새로 구입한 유물이 많은 것이 눈에 띄던데, 어떤 배경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김 구입 시기가 중국 도자 같은 것들은 굉장히 비싸진 이후일 텐데, 잘 검증해서 구입했겠지요?
정 전문 기관이니 구입시에는 여러 검증을 했겠지요. 믿어야죠. 사실 외국에서도 렘브란트 가짜인 줄 알고 팔았는데 진짜로 밝혀졌다는 등의 기사 종종 눈에 띄잖아요. 어려운 일입니다. 다만 저는 2003년부터 이런 것들을 계획해서 계속 지금까지 모아오는지, 좋은 물건이 나오면 종종 구입하는지, 아니면 그때 반짝 예산이 많았고 지금은 아닌지 이런 것들이 궁금합니다.
윤 지금 상설관 건물 중 1/6을 세계문화관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건 적당한 비율일지. 어떤 요구를 반영하는 것일지요.
정 세계문화관처럼 그런 세계 문화를 보여주는 박물관이 따로 있는 것이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너무 많은 것을 하려하기 보다는. 우리나라에는 국립자연사박물관도 없고, 고고학박물관도 없고, 회화관도 없잖아요. 이런 식의 종합 박물관은 20세기 초에 독립한 신생 국가들이 의무감으로 만드는 스타일입니다. 우리는 독립한지 70년이 넘었는데 말이죠.
정 용산에 국립박물관이 2005년에 지어졌으니 아마도 2003년에 구입을 많이 한 것이 그 배경이겠네요. 동북아시아 중심도시 운운했던 것도 그 때고.
윤 문화라는 것은 자신의 땅의 문화가 혼자 나고 완결되는 게 아니라 항상 다른 곳에서 영향을 받고 주는 것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그 동안 중국 그림, 중국 불상 같은 전시를 볼 수 없었던 것은 아쉬운 점이었어요.
최 한국미술사가 중국의 강력한 영향 하에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데, 사정이 그렇다보니 한국미술사를 서술할 때는 ‘영향을 받는다’라는 표현을 자제하고 ‘수용한다’라는 표현을 쓰도록 지도를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김 주체의 문제네요. 영향과 수용.
정 식민지 살이했던 그 콤플렉스가 더해져서 또 일본 영향을 받은 것 또한 나쁜 것으로 인식됩니다. 세상의 모든 독창적인 것은 모방에서 출발하는데.
윤 우리 게 좋은 거라기보다는 우리 게 익숙한 것이죠. 마치 스포츠처럼 져서는 안 되는 것마냥 우리 게 좋다 좋다 근거 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정 우리 것은 좋은 것이어야 하고 우리 거는 무조건 좋다는 식으로 우리는 그렇게 배웠단 말이죠. 문제는 우리 것이 왜 좋은지에 대해서 물으면 그냥 ‘우리 거니까’라고.
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화 쪽에 좋은 비전과 정책을 보여주도록 압력을 좀 넣었으면 좋겠습니다. 각 후보들의 문화 정책에 대한 생각을 들어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 8월 미술기사 ---
8월 미술기사 7월27일~8월 23일
#작가 #전시 #행사 #수상
◆ 도예가 임선빈, 유럽 영 세라믹 비엔날레 '동상' (뉴시스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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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복진상에 미술 연구자 후루카와 미카·백름 (연합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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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행정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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