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진녕
스위스관에는 스위스 100프랑 지폐에 얼굴이 실려있을 정도의 국민작가인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주제이다.
정확히는 그와 그의 연인이었던 플로라 마요(Flora Mayo)의 관계를 탐험한다.
자코메티는 1920년대에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가서 앙트완 부르델 밑에서 조각을 배운다. 같은 시기 미국 출신 플로라 마요도 파리로 유학을 갔고 둘은 연인이 됐지만 이들의 관계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코메티는 1962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국제적 명성을 확립했지만 한번도 베니스 비엔날레의 스위스관에서 전시하지는 않았다. 1952년 개관한 스위스관은 건축가로 이름을 날린 브루노 쟈코메티의 작품이고 그는 알베르토의 셋째 남동생이다.
현대 시각 예술 작가가 영상 작품을 만들어서 미술관에 상영하는 게 요즘은 아주 흔하다.
하지만 작가가 미술 시장 시스템 안에서 작업한다는 이유를 빼고는 왜 극장이나 유투브, 비메오, 스마트폰에서 보지 않고 화이트 큐브 안에서 설치 상영해야 하는지, 화이트 큐브라는 공간적 의미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딱히 대답을 하기 어려운 ‘비디오 작품’이 많다.
하지만 <플로라>는 왜 갤러리에서 이 작품을 상영하는지에 대해 비교적 선명한 답을 준다. 그만큼 갤러리라는 입체 공간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술했듯 자코메티와 스위스, 베니스 비엔날레, 베니스의 스위스관과의 관계는 각별하다.
영화는 마요의 아들을 화자로 내세워 1920년대의 마요의 동선을 따라 움직인다.
테레사 후바드+알렉산더 버클러 공동감독은 동일한 스토리 보드에 두가지 촬영을 했다.
스크린 앞면에 마요의 20년대 화면이 흐르면 바로 그 뒷면에 ‘현재의 시점’에서 마요를 회상하는 아들 시점의 화면이 흐른다. 동일한 사운드(해설과 효과음)가 적용된 두가지 화면이 동시에 상영되고 있는 것이다.
어느쪽 시점(화면)을 택할지는 관객의 선택이다.
심지어 는 촬영과 편집 등이 왠만한 상업영화를 능가하는 고품질 프로덕션이다.
스위스관의 나머지 반은 자코메티의 작품에 영감을 얻어 만든 스위스 태생의 미국 작가 캐롤 보브(Carol Bove)의 조각 작품으로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