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진녕
‘관객이 작품을 적극적으로 경험하기’를 원하는 작가의 작품 사용서를 통해 완성된 작품
어윈 부름Erwin Wurm(b.1954)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가로 조각이나 사진쪽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형식주의에 해학적인 접근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름은 ‘항상 무섭게 진지할 필요는 없다. 비꼬기나 유머는 사물을 좀 더 느긋하게 볼 수 있게 한다’는 요지의 말을 하기도 했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오스트리아관에 등장한 어윈 부름의 설치 작품 <단지 일반적인 선과 악에 대해서Just about virtues and vices in general>은 겉보기엔 미니멀한 느낌의 단출한 작품이지만 관객에게 따라할 것을 요구하는 깨알같은 지시사항이 잔뜩 들어있다.
미니버스의 여기 저기에 구멍을 뚫고 엉덩이를 내밀거나 머리를 들이밀 것, 팔을 끼워볼 것, 올라타 볼 것 등을 그림으로 지시해놨다. 관객에게 이 작품과 같이 놀아보라고 ‘사용법’을 제시한 것. 덕분에 모든 베니스 국가관(쟈르디니) 중 오스트리아관은 가장 활기가 넘쳤다. 부름의 지시대로 작품을 ‘경험’하는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