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미술계도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습니다.
스마트케이에서 미술계와 문화재 관련 10대 뉴스가 될 만한 이슈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① 국립현대미술관, 외국인 관장 임명
문화체육관광부는 2015년 12월 14일(월)자로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Bartomeu Mari Ribas)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CIMAM, International Committee for Museums and Collections of Modern Art) 회장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으로 정식 임명했습니다. 임기는 2018년 12월 13일까지 3년입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국립현대미술관에 외국인 관장이 임명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새 관장님은 '내년까지 한글을 익혀 말을 하겠다' '관객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하시는 등 의욕을 보이고 계십니다.
새 관장님은 '내년까지 한글을 익혀 말을 하겠다' '관객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하시는 등 의욕을 보이고 계십니다.
정치 검열을 한 이력이 있다는 것,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관이 외국인 관장을 꼭 데려와야하느냐는 것 등등 여러 우려의 소리가 있지만 일단 진행되는 분위기인데,
그건 1년2개월간의 관장 공석에 다들 이제 지쳐갔기 때문일런지요.
그건 1년2개월간의 관장 공석에 다들 이제 지쳐갔기 때문일런지요.
jtbc 뉴스 화면캡쳐
② 임흥순 베니스비엔날레 은사자상 수상
3년간 65명의 인터뷰로 이어진 ‘위로공단’의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 수상은 한국 예술계에 커다란 기쁜 소식으로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삶을 이어가는 여성들에 대한 따뜻하고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젊은 예술가들이 사회와 교감하며 더 깊이 있는 작품을 많이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해 봅니다.
③ 한국 단색조 회화의 약진
(사)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는 국내 8개 경매회사(서울옥션, K옥션, 아이옥션, 에이옥션, 아트데이옥션, 마이아트옥션, 단옥션, 꼬모옥션)의 올해 경매 낙찰총액이 올해 10월 현재 1,275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지난 3일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969억원에서 300억원 넘게 늘어난 수치로, 연말 메이저 세일까지 합치면 대략 1,5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30% 가까이 크게 성장한 동력에는 박서보, 정상화, 윤형근, 하종현 등 단색화라고 불리는 작가들이 있었습니다. 평면에 대한 연구에 바탕을 둔 서양의 단색화와는 전혀 다른, 무엇인가 명상하는 듯한 특징을 지니는 동양적인 이 회화가 미술시장을 떠받칠 다음 유망주로 오래 버틸 수 있을까요?
미학적 연구나 미술사적 가치에 대한 평가, 연구성과가 받쳐주지 않는 미술시장의 붐이 얼마나 견고할지는 의문입니다.
미학적 연구나 미술사적 가치에 대한 평가, 연구성과가 받쳐주지 않는 미술시장의 붐이 얼마나 견고할지는 의문입니다.
서울옥션 홍콩세일 페이지
④ 천경자 화백 타계와 다시 수면에 오른 진위, 기증 등의 문제
얼마 전, 근황이 궁금했던 천경자 화백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미국에서 전해지면서 과거 천 화백이 자신의 작품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작품의 진위여부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언론에 오르내렸습니다. 언론에 소개된 유족 측에는 작고 직전까지 천 화백을 직접 모신 것으로 알려진 큰 딸이 빠져 있어 의아한 상황에다 과거의 위작시비가 재연되고 있는 것입니다. 유족이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다시 그 문제는 가라앉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같은 분위기라면 위작이든 진품이든 논란이 된 그 작품을 한번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영영 멀어진 듯합니다.
⑤ 갈 길 잃은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사건
국보급 문화재인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2008년 처음 그 존재가 알려졌으나 소유권을 둘러싸고 민, 형사상의 소송을 겪어 오면서 행방조차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들리는 말에는 국보 제 제70호인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본과 같은 판본이지만 상태가 좋고, 또 간송본에 없는 후대의 주석이 달려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말이 있습니다. 소장자가 1천억을 주면 기증하겠다는 발언이 기사화되면서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우리 민족의 보물인 한글과 그 귀한 훈민정음 해례본의 가치를 돈으로 따지자면 그것도 크지 않은 금액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귀한 대접을 받아야 할 분이 어디 뒷방에 갇혀 계시는 건 아닐런지, 답답한 마음 가득합니다.
⑥ 세계적 유물일까 사기극일까- 증도가자 진위문제
고려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주장되고 있는 ‘증도가자’ 활자의 공개 이후 ‘이것이 위조된 것이다 아니다’라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는 물론 국가 기관까지 개입돼 있어 논란의 결말 여부에 따라 어느 한쪽의 치명적 타격을 입을 것이 예상되어 더욱 걱정입니다. 만일 논란 중에 증도가자로 묶인 활자들 중 일부라도 진짜인 것으로 판명되면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금속활자가 됩니다.
⑦ 남북학자들 고려시대 금속활자 공동 발굴
남북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개성 역사 유적 지구’ 내 개성 만월대에 대해 제7차 남북공동발굴조사를 지난달 30일 마쳤는데,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성과를 내었죠. 개성 만월대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6차에 걸쳐 공동 발굴 조사를 했지만 제한된 조사기간 등 어려움을 겪었던 데 반해 올해는 발굴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6개월 간의 조사에 합의했습니다. 그 결과 19동의 건물지와 명문기와, 청자, 용두 등 3500여점의 의미 있는 유물들이 출토됐고,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거의 막바지였던 11월14일 발굴조사 중 만월대 서부건축군 최남단 지역 신봉문터 서쪽 255m 지점에서 금속활자가 출토된 점이었습니다. 남북조사단이 함께 초기적인 보존처리와 실측 작업 등을 했고, 이번에 출토된 활자의 시기 하한은 만월대가 소실된 1361년 이전으로 설정하고 향후 남북공동연구를 심화시키기로 했다고 합니다. 증도가자나 직지는 불경 인쇄를 위해 사찰에서 만든 활자로 볼 수 있는데 발굴된 활자는 국가가 주도해 만든 최고 수준의 활자로 보인답니다. 제발 천천히 확실하게 검증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⑧ 아시아 최대 문화예술기관으로 설 수 있을까-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지난 11월25일, 옛 전남도청 부지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했습니다. 광주시는 이 넓디 넓은 복합문화공간과 더불어 앞으로 2023년까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서 조성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대형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장애물을 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문화 불모지에 가까웠던 광주가 아시아 문화교류의 허브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⑨ 의혹 가득한 이우환 위작 수사
2012년 한 위조기술자가 100억대의 이우환 작품을 위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아직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이 올해 위작품 유통에 관련된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다시 수면에 올랐습니다. 한 주간지의 특집기사에는 익명처리를 통해 제작자와 유통자의 이름이 언급되고 있기도 하고, 한국미술품감정협회는 이우환 작품에 대해 극도로 신중한 입장으로 작품 감정을 진행중입니다. 들리는 말에는 2000년대초 작가 본인이 현대화랑과 공간화랑에 자신의 작품 감정에 관한 권한을 위임했다고 하지만 이들이 위작 사건에 대해 언론에 이렇다 할 언급을 한 적은 없습니다. 수사의 배경이 뭔가 있는 것인지, 화가 본인이 진품이라고 인정한 것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이럴 때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현대미술에서의 오리지널리티 개념과 더불어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⑩ 광복 70주년, 소문난 잔치 먹을 게 있었나?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문화역서울284, 전쟁기념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 박물관 미술관 중 대부분의 곳에서 광복 70주년을 맞이해서 크고작은 기념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의 현대 미술사의 흐름을 짚어줄 전시를 기대했던 분들은 다소 기대에 못미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광복 75주년이나 80주년에는 역사적 관점 하에서 반성, 통합, 내부적 시선을 다루는 통찰력 있는 있는 전시가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