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에 벌어진 20년이 넘는 법적 공방이 프랑스측의 승리로 끝났다. 파리시와 로마의 조르조 데 키리코 재단은 마침내 합의에 도달, 재단측이 키리코 작품 61점을 파리시에 기증키로 했으며 파리시는 이를 파리시립근대미술관에 소장하게 했다. 이탈리아 화가 키리코의 작품을 놓고 벌어졌던 이 오래된 갈등은 화가의 부인이었던 이자벨라의 유언이 발단이었다. 유언장 속에 이자벨라는 로마의 키리코 재단을 포괄적 유증(遺贈)수혜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파리에 또다른 재단이 설립되기를 희망하며 자신이 소유한 작품의 5분의 1을 기증한다고 밝혔다. 단, 프랑스내의 재단이 10년 이내에 설립되지 않았을 경우 유증품은 파리시 소유가 될 것이며 파리 시장이 선택한 미술관에서 전시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1990년 이자벨라가 죽은 뒤 로마의 재단이 유증에 반대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빚어졌다. 두 나라의 관계가 서서히 화해 무드에 들어선 것은 2009년 파리근대미술관이 개최한 <<조르조 데 키리코, 꿈의 제작자>> 展 덕분. 이 전시는 처음으로 키리코작품 전체를 조명한 기획전이었다.
양측의 합의문에 의하면 작품들은 3달 이내에 프랑스에 오게 되며 파리시가 운송비를 부담할 예정이다. 미술관에 도착하는대로 적어도 6개월간 전시될 계획인데 이들 작품은 회화 30점, 데생 20점, 조각 11점으로 구성돼있다. 키리코는 1911년과 1915년 사이에 파리에 체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