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1일 파리의 케브랑리 미술관에서 마야문명을 재조명하는 전시회 <마야-여명에서 황혼까지>가 시작됐다. 오는 10월2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회에서는 과테말라 국립고고민속학박물관에서 빌어온 160점의 유물이 전시된다. 그런데 이 전시회는 또다른 측면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전시회 스폰서 중의 하나인 과테말라 제일의 석유회사 페렌코社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그것이다. 전시개막 전날인 6월20일 프랑스와 과테말라의 여러 단체들은 연합해서 페렌코사가 과테말라에서 저지르고 있는 행태를 비난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전시에 125,000유로(약1억9천만원)을 지원한 페렌코사가 과테말라에서 환경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것. 페렌코사는 석유 탐사가 미치는 환경 문제를 고려치 않고 환경보호구역인 라구나 델 티그르 국립공원내에서 시추사업을 벌이고 있다. 과테말라 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페렌코사는 환경영향평가 조사를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페렌코사는 '이미 2010년에 과테말라 정부와 탐사 재계약을 맺었으며 이는 15년간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무소속 의원인 아니발 가르시아씨는 "페렌코사의 계약 갱신을 둘러싼 모든 뒷거래가 부정부패로 얼룩져 있다" 고 비난했다. 페렌코사는 이런 주장에 대해 이미 여섯번이나 계약의 적법성을 묻는 재판이 열렸지만 결국 회사는 무고한 것으로 판결이 났다고 강조했다. 또 시민단체들은 공원내에 무장 군인을 주둔시키는 비용을 지불하는 페렌코사을 비난했지만 이는 마약밀매와 산림 불법벌채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페렌코사의 주장이다.
한편 이번 전시를 주관한 미국인 고고학자 리처드 한센씨는 페렌코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페렌코사는 언제나 책임감있게 처신해왔으며 석유 시추가 끼치는 환경에 대한 영향은 일부 지역에 한한다고 주장했다. 리처드 한센씨는 25년전부터 마야 문명 발굴지에서 일해왔는데 대부분의 발굴은 다국적 기업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