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센터가 무려 570만유로(약 88억원)에 상당하는 작품의 기증을 마다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미술관이 기증받기를 거부한 작품은 미국작가 리오넬 파이닝거(1871-1956)가 1915년에 그린 유화 《스비네문데 항구》로 지난 5월29일 파리 아르큐리알(Artcurial)사의 경매에서 바로 이 가격에 낙찰되었다. 작품의 판매대금은 퀴리연구소 이외에 유네스코의 에이즈 예방과 연구를 위한 기구 등에 기증될 예정이다.
파이닝거 작품의 소장가는 프랑스의 영화제작자 로제 장 스피리(1908-2007)로 그는 유언을 통해 퐁피두 센터에 기증 의사를 밝혔으나 거절당했다고 전한다. 프레드 파크망 미술관장은 "파이닝거 전문가인 아킴 묄러씨가 두 번이나 분명하게 문제의 작품이 진품일 가능성이 없다라고 말했기 때문에 위험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기증을 받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미술계 관계자들은 특정 작가의 전문가들이 작품의 진위 여부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에 대해 새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이 말이 씨앗이 돼, 세계적인 미술관이 자체내 조사나 연구를 통해 진위 여부를 가리지 않고 전문가 한사람의 말만 믿고 이처럼 중요 작품을 소장할 기회를 놓친 데 대해 '엄청난 실수'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퐁피두센터의 작품구입 일년예산이 겨우 4백만유로에 불과한 현실에 비추어볼 때 이만저만한 손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애초에 파이닝거의 작품을 위작이라고 판정했던 아킴 묄러는 얼마후 진품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정정했으며 지난 5월에 있었던 아르큐리알 경매 때에는 진품 증명서에 사인까지 했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