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형상의 풍향계 2만 달러. 담배가게 간판용 인디언 목각상을 1백만 달러. 앤드류 잭슨의 유화 8만500 달러 등. 이들 작품은 지난 몇 년간 필라델피아 역사박물관이 크리스티 등을 통해 매각한 소장품의 일부이다.
필라델피아 역사박물관이 지난 1826년에 지어진 박물관 건물의 리노베이션을 위해 10만 점에 이르는 컬렉션 중 2천여 점을 선별, 지난 몇 년간 옥션 등을 통해 매각해왔다. 최근 이런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재정난으로 고심하고 있는 미국내 미술관, 박물관들이 이 문제에 대해 일제히 목청을 높이고 있다. 특히 소장 미술품의 매각 계획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뉴욕의 국립아카데미미술관, 피스크 대학, 브랜다이즈 대학 등은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문제가 복잡한 것은 미술관 박물관들이 컬렉션을 내다 파는 일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으나 주마다 또는 협회마다 적용되는 법률, 규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미술관관장협회에 등록돼있는 미술관은 어떤 이유로도 소장품 매각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일부 미술관 박물관의 경우 다른 기관에 재정적으로 인수될 때에는 소장품 매각이 가능하다. 또 미국미술관협회의 가이드라인에는 컬렉션의 직접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작품 매매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으며 미국지방역사협회의 경우는 컬렉션의 보존을 위해 매각을 허용하는 규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뉴욕 타임즈에 따르면 이러한 종잡을 수 없이 복잡한 규율에 대해 최근 뉴욕주 입법부는 운영비를 위해 작품을 매각하는 것은 불법으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고려중이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재건축을 위해 문을 닫고 있었던 필라델피아 역사박물관은 정체불명의 소장품을 매각한 자금 150만 달러를 리뉴얼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이곳 재정담당자인 그레고리 클라이버는 ‘우리의 재건축 프로젝트는 컬렉션을 잘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아울러 더 중요한 작품들을 가장 적절한 상태에서 전시, 보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