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말 조선초 남해안 지방을 괴롭혔던 왜구는 우리만 골칫거리가 아니고 명대에도 큰 걱정거리였던 것같다. 하지만 전세계에 이런 왜구의 모습을 담은 그림은 지금까지 단 한 점만 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도쿄대학 사료편찬소 소장의 《왜구도(倭寇圖)》였다. 그런데 최근 중국국가박물관에 이와 유사한 작품이 하나 더 존재하는 것이 알려졌다. 중국 그림의 제목은 《명인항왜도(明人抗倭圖)》이다. 두 그림은 모두 가로 31cm에 세로 5m 길이로 왜구가 해안가 마을을 습격해 약탈하는 것을 달려온 명나라 군사들이 격퇴한다는 내용이다. 중국측 것이 한두 장면 더 들어 있을 정도로 매우 유사하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특이점은 적외선 카메라촬영에 따라 일본 소장본에는 왜구배의 깃발에 일본 연호인 홍치(弘治) 3년이 적혀 있는데 비해 중국 것에는 홍치 4년이 적혀 있는 정도이다. 미술사 전공의 진이생(陳履生) 중국국가박물관 부관장은 ‘소재나 기술로 보아 상당히 조직적인 수준에서 제작된 작품으로 보인다’며 ‘왜구 진압에 성공한 명나라 고관이 승리의 공적으로 양자강 유역의 화가에게 제작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