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수집에 과열 기미를 보이고 있는 중국에서는 컬렉터 이야기도 인기를 끄는 기사다. 인민일보는 지난 23일자 문화면에 문화혁명 당시 자신의 소장품의 파손을 걱정해 모든 것을 샹하이 박물관에 기증한 수수께끼의 컬렉터 이음헌(李蔭軒)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상하이 박물관은 중국내에서도 수준높은 은주시대 청동기유물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이곳에 소장된 소신단치(小臣單觶)는 서주 성왕(西周 成王) 시대의 것으로 성왕이 무이(武夷)의 반란을 진압한 내용의 명문이 적혀 있는데 이 유물이 기증자가 이음헌이다. 또 노(魯)의 제후가 동쪽 나라를 정벌한 명문이 새겨져 있는 노후준(魯候준) 역시 이음헌 기증품이다.
이음현은 이홍장의 다섯째 동생인 이봉장의 손자로 어려서부터 골동 취미가 있었고 특히 옛화폐, 청동기에 뛰어난 감식안이 있었다고 한다. 기증 경위는 문화혁명과 관계 깊은데 1911년생인 그는 장년 무렵인 1960년대후반 문화혁명을 맞이했다. 당시 홍위병들은 자산가의 집을 찾아가 재산을 인민의 이름으로 차압했는데 이음현 역시 그런 피해를 당했다. 홍위병들이 봉건주의 전통을 때려 부순다는 이유로 그의 수집품들을 함부로 내동댕이치자 더 이상 수집품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이튿날 상해 박물관에 수집품을 전부 기증했다는 것. 최근까지 생존이 확인된 이음헌의 부인 구휘(邱輝) 여사는 문혁 이후 차압재산의 개인 반환시기에 상해 박물관을 찾아가 재차 기증 의사를 밝히며 남편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