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뉴욕 미술시장이 앤디 워홀을 비롯한 서구 현대미술의 고액 낙찰로 떠들썩한 잔치를 벌이고 있을 때 런던 교외의 한적한 도시 루이스립에서 열린 지방경매회사 베인브릿지스의 세일에서 세계 미술시장의 방향이 알게 모르게 바뀌고 있음을 말해주는 한 건의 낙찰이 있었다. 청대 건륭제때 경덕진에서 만들어진 분채 어조문(魚藻文) 투각병 한 점의 세일이다. 이 병은 진가를 몰랐던 주인 남매의 에피소드에 더해 더욱 유명해졌는데 11일 열린 경매에는 예상가 80만~120만 파운드를 가볍게 넘어선 뒤 100만 파운드씩 호가가 뛰면서 결국 예상가의 40배 가까운 4300만 파운드에 낙찰 해머가 두드려졌다. 이 병의 공식가격은 수수료 20%를 포함해 5160만 파운드. 즉 중국의 인민페로 5억 위안을 넘어서는 금액으로 지난달 홍콩에서 팔린 2억5천만 홍콩달러의 최고가를 거뜬히 넘어버렸다.
이 경매에서 영국언론이 주목한 것은 이 병을 둘러싼 모든 경쟁자들이 화교를 포함해 모두 중국인들이었다는 점이다. 신경보(新京報)는 이 화병의 낙찰을 둘러싸고 영국 언론이 하나같이 놀랐다며 영국 언론의 반응을 자세히 소개했다.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이 병을 사고자 했던 영국의 부유층 부인네들은 매우 놀랐다’고 전했고 선지는 ‘당일 경매진행자는 거의 망치를 부러뜨릴 정도로 흥분해 있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데일리 미러의 독자 사이트에 기고한 한 영국인은 중국인들이 이렇게 큰 돈을 써서 19세기말에 약탈당한 물건을 되사가는 것은 한편으로 보면 어리석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것이 진정한 문명이라며 영국인들은 오히려 이런 치욕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개탄하는 글을 올렸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이 화병이 고액에 낙찰된 배경에는 중국인들의 ‘도자기 애국주의’가 있다고 지적하며 ‘오늘날 중국 부호들은 애국주의 경향이 있는데 최근에는 해외의 자기네 문화유산을 사와야겠다고 허둥대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