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문화부는 최근 발견된 파티마 수정주전자에 대한 수출심사위원회의 의견을 거부하고 소더비의 감정가 2천만 파운드(한화 약 362억 3천만 원)를 채택했다. 이 감정가는 과대 평가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실제로 이런 감정가가 매겨진 직후 크리스티 경매에서 이 주전자는 320만 파운드에 팔렸다. 아트뉴스페이퍼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2천만 파운드라는 가격을 받아들였다는 것은 어떤 나라의 미술관도 이 주전자를 사갈 수 없게 한 것을 뜻한다고 했다. 소더비는 이 주전자의 감정 보고서에 이슬람 미술을 소장하는 미술관이나 컬렉터에게는 ‘성배’급의 유물이 될 것이라고 묘사했다. 하지만 이 물병은 소더비의 감정가격을 받아들인 독일 정부에 의해 독일로 수출돼 내년 베를린 이슬람 박물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복잡한 사연이 담긴 이 주전자가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08년 여름 영국의 한 경매회사였다. 당시 붙여진 이름은 ‘프랑스 암적색 물병’이었고 예상가도 100~200파운드에 불과했다. 그러나 눈밝은 두 명의 이슬람 딜러가 이 병의 가치를 알아보고 22만 파운드까지 경쟁하며 낙찰을 받았으나 이 경매는 무효가 되면서 물건의 위탁자는 이를 크리스티에 보냈다. 11세기초 카이로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 이 주전자는 그해 10월 에드먼드 드 웅거가 크리스티에서 324만 파운드에 낙찰을 받았다. 그는 이후 주전자를 독일로 수출하기 위해 수출심사위원회의 승인을 받고자 하면서 150만 파운드의 수출 가격을 제시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