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미술시장은 이번 주가 끝나기 전에 예상대로라면 10억 달러를 넘는 매출을 기록할 것이다. 지난주의 인상파 세일에 이어 10일 열리는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현대미술 세일에는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캔과 오프너’가 3천만~5천만 달러의 예상가에, 그리고 코카콜라병 캔버스작품은 2천만~2천5백만 달러로 경매에 오르게 된다. 영국 가디언지는 최근 이처럼 활기를 띄고 있는 미술 시장에 대한 분석 기사를 실었다.
대서양 양쪽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래로 가장 깊은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때에 미술 시장만 나홀로 2008년의 충격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엄청난 활기’를 보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대답중 하나는 미술시장의 꼭대기는 일반적인 경제 움직임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점점 그 수자가 늘어나는 러시아, 중동, 중국의 엄청난 부자들의 취향과 깊이 관련돼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크리스티 부회장 브렛 고비는 “시장은 어떤 때이든 특정한 경제에 기대지 않는다”고 말한다.
최고 부자들은 아무런 꺼리낌없이 사치품에 돈을 쓰는데 특히 중국인, 러시아인, 중동의 억만장자들의 취향은 점차 현대미술작품 쪽으로 향하고 있다. 10일 크리스티 경매에 나올 하이라이트중 하나로 4천만 달러의 예상가가 매겨진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오, 올라잇》은 관자놀이 쪽에 말풍선이 있고 뺨에 수화기를 대고 있는 빨간 머리의 아름다운 여자를 표현한 작품이다. 시장 전문가이자 『미술계에서의 일주일』의 저자인 사라 손튼은 “이런 작품은 특정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중동에 적합하다. 또 비유적인 작품을 선호하는 아시아나 러시아 시장의 구미에도 맞는다. 예쁜 여자에 대한 취향은 상당히 보편적이다”라고 말한다.
손튼은 최고 부자의 출현에 대해 “이들은 중동이든 러시아든 중국이든 자신의 나라에서 미술품을 수집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러나 이들의 사업이 세계화되면 이들의 취향도 현대미술로 옮겨간다”고 설명한다.
크리스티의 브렛 고비 역시 “적당한 현대미술 작품을 갖고 있는 것은 엘리트의 뱃지이며 특정한 라이프 스타일을 말해주는 신성한 상징물이다”라고 말한다. 미술 시장은 리먼 브라더스의 붕괴로 2008년 후반에 맞이했던 침체로부터 대부분이 기대한 것보다 빨리 회복됐다. 이런 회복 속도는 시장에 자신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미술품을 구매하는 데에는 다른 실용적인 이유도 있다. 불확실한 경제 전망 가운데 미술품의 구입은 환율 불안에 대한 방지책이 되기도 한다. 손튼은 ‘당신이 만일 메이페이에 땅을 샀다면 팔 때 파운드로 팔아야 한다. 하지만, 미술품을 샀다면 어느 곳의 경매에 내놓는냐에 따라 당신이 선택한 화폐로 가치를 환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론의 여지는 있지만 미술품은, 지난주 1온스에 14,000 달러까지 오른 금시장과 공통점이 있다. 주식이나 금융 상품과 달리 유형 자산이란 때문이다.
크리스티의 브렛 고비는 “사람들은 가치가 검증된 것에 끌린다는 점에서 현대미술품을 구입하는 것은 금을 사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팝아트은 그중에서도 제일 순위가 높은데 팝아트는 명확하고 단순한 메시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쉽게 문화적 경계를 넘을 수 있고 국제적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한다.
10일 저녁 경매에는 리차드 프린스처럼 인기가 높은 제프 쿤스의 파란 풍선 꽃이 크리스티에서 1,200만~1,600만 달러로 경매에 오르며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양초 두 자루》(1982)도 같은 예상가로 경매에 오를 예정에다. 마크 로스코의 작품은 두 경매회사에 모두 등장하는데 1955년작 《무제》는 소더비에 2천만~3천만 달러의 예상가가 매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