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부터 비엔나 MAK(Museum of Applied Arts)에는 북한 미술품이 대거 전시되고 있다. 뉴욕 타임즈지에 따르면 ‘코리안 아트 갤러리 평양’이라는 북한 국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100여점의 유화와 수채화 그리고 건축 조형물의 사진과 모형 등이 이곳에 전시되고 있다는 것. 전체주의 국가인 북한의 예술품이 봉인된 경계를 넘어 유럽 사회에 대거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TV를 통해 10만명에 이르는 아이와 어른이 소름 끼칠 정도로 호흡을 맞춘 단체 군무나 체육대회 등을 통해 서방에 알려져 온 것처럼 이번 전시 제목도 “김일성 주석께 드리는 꽃”이다. 작품은 환희에 찬 표정이 가득한 농부, 노동자 그리고 거리의 청소부의 그림과, 통통한 아이들이 김일성 주석을 둘러싸고 웃고 있는 그림 등 선전화 뿐아니라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그림도 소개돼 있는데다. 이중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의 그림은 일반 관람객이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도록 로프로 보호해 놓았다. 229페이지에 달하는 카탈로그에는 비평문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으며 단지 전시가 끝나는 9월5일 북한 예술과 정치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만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천안함 사태로 인한 국제적인 긴장 시기에 열린 이런 전시에 대한 비난도 있다. 전시회를 맡은 큐레이터 베티나 M. 부쓰는 그런 비난이 전시회의 선정적인 제목, “김일성 주석께 드리는 꽃” 인 때문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이것은 순전히 문화의 문제라고 말한다. 또한 MAK의 디렉터 피터 노에버도 이 전시가 외부 세계나 정보에서 배제된,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 속의 예술가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북한 예술에 대한 저서가 있는 보스톤 미술관의 아시아 부서장 제인 포탈 역시, 호감이 가지 않는 체제일지라도 그곳의 문화에 관심을 갖는 일은 별개의 문제다”라고 말하고 있다.
비엔나는 북한에게 특별한 매력이 있는 곳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북한 엘리트층은 이 곳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명품을 쇼핑하고 작년에는 김정일을 위한 요트 두 대를 구매하려던 중개상이 세관의 저지를 받은 적도 있다. 비엔나에는 17명의 북한 학생들이 유명한 음악예술학과에 입학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