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오노레 프라고나르(Jean-Honore Fragonard)가 1769년에 제작한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 1713-1784)의 초상화는 프랑스인들에게는 너무도 친숙한 얼굴이다. 지난 수십년간 교과서와 철학 개론서마다 디드로를 소개할 때면 예외 없이 이 초상화가 인용되어왔던 것이다.
그런데 루브르 미술관이 이 초상화의 주인공은 디드로가 아닌 미지의 인물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르피가로지의 보도에 따르면 루브르 미술관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최근에 프라고나르의 스케치들을 분석한 데에서 비롯되었다.
지난 6월 드루오 경매에 나온 프라고나르의 데생 한 점이 중요 단서가 되었다. 이 데생이 담고 있는 18개의 인물 크로키 가운데 13개는 프라고나르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로 파악되었고 묘사된 인물마다 제목이 적혀있었다. 그러나 <디드로>의 초상화와 일치하는 인물의 스케치에 붙여진 이름은 디드로가 아니었다고 루브르 미술관의 회화담당 책임자인 벵상 포마레드는 설명했다.
특히 당대의 증언에 의하면 디드로는 눈동자가 갈색이라고 전해지고 있는 데 반해 프라고나르의 디드로는 파란 눈을 하고 있다. 실제로 루이 미셀 반 루(Louis-Michel Van Loo)가 1767년에 그린 디드로의 유명한 초상화에는 눈동자가 갈색으로 표현되어 있다. 또한 디드로는 반루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에 대해 언급한 바 있는데 반해 프라고나르의 초상화에 대해서는 한 번도 코멘트를 한 적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실들로 인해서 그동안 미술계 일각에서는 프라고나르의 <디드로>에 대해 예전부터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쉽사리 이의를 제기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문제의 초상화를 1972년부터 소장해 온 루브르 미술관은 '초상화의 주인공이 디드로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발표하고 <디드로>라는 제목도 이미 내렸다.
오는 12월에 개관하는 랑스의 루브르 미술관에서 12일부터 전시될 예정인 이 초상화에는 <드니 디드로라고 잘못 알려진 상상의 인물>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이 붙여질 것 같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