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막을 내린 홍콩소더비 가을경매에서 거래된 총액은 30억9218만 홍콩달러(한화 약4422억원)로 홍콩 소더비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 경매에서는 첫날 중국 도자기 및 공예품 세일에 11.5억 홍콩달러(1680억원)가 거래돼 하루 낙찰 금액으로는 세계 최고기록이었다. 홍콩 소더비를 포함한 홍콩 크리스티, 중국 자더, 베이징 폴리, 베이징 쾅스, 베이징 한하이 등 6개 경매회사는 거래 총액이 116억4백만 위엔(1조9715억원)에 달했으며 2009년 대비 63.75억 위엔(1조831억원)이 늘어난 수자다. 이는 아시아 미술경매시장이 최근 회복세에 접어들었음을 말해주며 업계내에서는 아시아가 미술 시장의 메카가 될 것이며 중국이 주요 거점으로 손꼽힐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 상보(北京商報)는 중국 미술시장이 거대시장화하는 모습을 자세히 소개했다.(이하는 요약)
중국 미술, 경매 시장에서 인기 행진
롱바오(荣宝) 경매의 리우상용(刘尚勇) 부회장은 ‘뉴욕 소더비는 90년대 중국 그림을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경매시장이 호황을 보이며 중국 그림을 다루게 됐는데 처음엔 한 점에 20~30만 위엔(3400만원~5000만원) 하던 중국 그림이 이제는 몇 천만 혹은 억대에 호가할 만큼 가격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송나라 휘종이 그린《사생진금도(写生珍禽图)》가 바로 좋은 사례다. 폴리 2009 봄 경매에서 이 그림은 150여 차례의 랠리를 거쳐 6171.2만 위엔(104억 원)의 고가에 낙찰됐다. 《사생진금도》처럼 민간에 전하는 휘종의 작품수는 극히 적어 희소가치가 매우 높다. 세계 각국의 구매자들은 이런 중국 미술품의 매력에 이끌린 것이다. 베이징 폴리, 중국 자더는 각각 33.09억 위엔(5622억원), 21.28억 위엔(3615억원)의 낙찰 총액을 기록했으며 이는 회사 설립 이래 최고기록이다. 중국 국내에 대규모 경매회사가 등장하면서 베이징은 ‘아시아의 허브’로 불리는 홍콩에 도전장을 내밀게 됐다.
홍콩 소더비의 거래총액 50%는 중국인이 지출해
지난 30년 동안 홍콩 컬렉터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소더비는 이제 중국 대륙의 구매자들이 대거 늘어나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콩 소더비의 청서우캉(程寿康) 대표는 2010 봄경매 성공 원인을 두 가지로 분석했다. 첫 번째는 금융 위기로 인한 거래 부진과 가격 하락에서 되살아난 이후 열린 첫 경매였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 이는 미술품 뿐아니라 여타 경매에도 뛰어난 상품들이 나와 구매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번째는 중국인 구매자의 증가다. 2009년 가을경매의 거래총액 가운데 42%는 중국인 지출이었으며 올해도 이런 현상이 지속돼 50%까지 올랐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소더비는 중국을 큰 미술시장으로 보았다. 2006년 소더비가 중국 고객에게 판매한 금액은 아시아 전체 거래액의 15%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50%까지 올랐다. AFP는 다른 이유로 ‘신흥 부자들이 속출하면서 사람들의 미술품 감상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임을 꼽았다.
중국대륙 구매자 배로 증가해
홍콩 크리스티 안베이레이(安蓓蕾) 부회장은 크리스티의 단골 고객은 주로 영국, 미국, 일본 등이었지만 2009년부터 고객 그룹이 바뀌는 양상이라고 했다. 작년 칠기 앤틱페어에서 총 거래액의 80%는 미국, 유럽 등지의 구매자들이었지만 이번 가을경매에는 낙찰 총액의 75%가 홍콩, 대만을 포함한 중국 구매자들이었다고 했다. 중국대륙 구매자들은 2008년 대비 63%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9년의 세계 주요경매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중국의 전통미술시장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청동기와 옥기를 비롯한 앤틱 경매는 컬렉터 사이에 이미 쟁탈전이 벌어졌으며 한 예로 최근 홍콩에서 낙찰된 건륭 시대의 백옥와우(白玉卧牛) 옥세공품은 2080만 홍콩달러(한화 30억원)에 거래됐다.
중국 미술품, 서양 미술품의 경매 신기록 돌파해
베이징 경매협회의 고문 리겅(李庚)은 경매 시장에서 중국이 일어설 수 있었던 세 가지 이유를 밝혔다. 첫째는 중국 경제발전에 따른 미술 시장의 버팀목 역할, 둘째는 근 2년간 중국 정부의 문화 유산에 대한 관심이라고 말했다. 세째는 경매 시장은 이미 새로운 투자 영역으로 자리매김해 미술품은 부동산과 같은 금융도구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쾅스(匡时)의 둥궈창(董国强) 대표는 ‘중국 미술시장은 아직까지 전환기이자 초기 단계인데 이를 말해주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는 미술품 거래가 대부분 개인고객 위주로 금융 기관의 참여가 미흡하다는 것, 미술 시장에서 최상위권 부자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유럽 부자 80%는 30%의 여유 자금을 미술품에 투자하는데 비해 중국에서 50위 안에 드는 부자들중 3명만 미술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 미술시장에서 1년 거래총액은 몇 백억 위엔에 불과하고 최상급 경매총액은 20억 위엔을 넘지 않는다. 억만장자의 경우 20%의 자금으로 최상급 미술품을 구매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중국 시장은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고 그는 말한다.
‘비인기 품목’ 미술 시장의 새로운 인기 품목으로 거듭나
과거에 중국인의 안중에도 없었던 보석, 희귀 광물 등은 향후 중국 구매자들의 경쟁을 불러일으킬만한 대상이다. 그밖에 경매를 여행, 레저 산업과 결합시켜 한 지역의 특정 상품을 경매한다면 시장 또한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고궁박물원 샤겅치(夏更起) 부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비인기 품목의 가격이 부쩍 늘었다. 신중국 성립초기 10만 위엔(1700만원)도 안되었던 명나라 화로는 현재 100만 위엔(1.7억원) 이상 간다. 미술 시장에 대한 사람들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소위 ‘비인기 품목’으로 분류되었던 것들에 무궁한 잠재력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최근 활기를 띤 미술 시장에 대해 ‘재산의 축적과 경재 발전의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매에 4억 위엔 작품이 출현한다는 것은 자신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며 이런 현상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술품 거래액 상승은 국가 경제, GDP 증가와 정비례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의 국민경제 성장속도는 미술 시장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