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모네의 명성이 프랑스화가 제임스 티소의 대표작 중 하나인《로얄가의 클럽(Le Cercle de la Rue royale)》를 오르세로 불러들였다. 르피가로에 따르면 당시부터 명성이 자자했던 이 19세기의 명화를 구입하기 위해 몇년전부터 고민해왔던 오르세 미술관이 마침내 스위스의 호팅거 가문로부터 4백만유로(약 63억원)에 지불하고 이를 구입하게 됐다.
1998년에 문화재 지정에 이어 프랑스 국보로까지 지정되었던 《로얄가의 클럽》은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 위치한 가브리엘관(現크리용 호텔)의 발코니를 배경으로 12명의 클럽회원들이 포즈를 취한 그림이다.
가로 2미터에 세로 3미터에 달하는 이 대작은 묘사된 인물들의 부와 명성 때문에 단순한 그룹초상화를 넘어서는 역사화로 평가받고 있다. 영국식 사교클럽으로 1840년대에 창립된 이곳의 회원 12명은 유서깊은 귀족가문 출신임과 동시에 당시 프랑스의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주도하던 새로운 사회계층에 속한 인물들이었다.작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훗날 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샤를르 스완의 모델로 삼은 샤를르 아스을 비롯해 파리코뮌과 투쟁했던 갈리페 후작, 유명한 청교도 은행의 후계자 호팅거 남작 등이 그들이다. 등장인물은 서로 시선을 마주치지도,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은 채 담배를 피우면서 저만의 독특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흔히 19세기적 우아함과 댄디즘 그 자체로 설명되어온 이 그림은 이를 그릴 당시 12명의 신사가 화가에게 각자 1,000프랑씩를 사례로 주고 누가 그림을 소장할 것인지 추첨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결과 그 행운은 호팅거 백작에게 돌아갔고 이제까지 이를 소유해온 그의 증손자가 오르세에 그림을 팔게 된 것이다.
이 그림을 구입하기 위해 오랫동안 후원자를 물색해왔던 오르세 미술관은 지난 겨울 그랑팔레에서 성황리에 개최한 모네의 회고전 덕분에 그 수익으로 이 그림을 살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모더니즘과 댄디즘을 대표하는 화가 중의 하나로 꼽히는 티소는 친구인 에드가 드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인상파 화가들의 전시회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백여년이 흐른 이후 인상파 대가인 모네 덕분에 티소의 그림이 오르세에 걸리게 된 것은 '운명의 장난' 이라고 르피가로지는 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