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중의 갈채를 받았으나 곧 외면당하고 말았던 전위적인 작가 키스 반동겐(1877-1968)을 재발견하는 회고전이 파리에서 열린다. 회화, 데생, 도자기 등 1895년에서 1931년 사이에 제작된 작품 110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는 파리 시립근대미술관이 1990년에 개최한 회고전 이후 20년만에 작가를 재조명하는 자리이다.
1877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출생한 동겐은 1897년 파리 몽마르트르에 정착, 피카소 등 당대 화가들과 교유하며 인상파적인 작품에서 점차 탈피, 앙리 마티스나 앙드레 드랭 등과 함께 야수파에 합류하며 작품 활동을 했다. 1905년 가을 살롱전에 출품, 강렬하고도 대조적인 색채 구사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작품 전체를 한가지 톤으로 그리는 강렬하고도 감각적인 채색으로 기욤 아폴리네르와 같은 시인들을 매료시켰다.
아나키스트적인 감성의 소유자였던 동겐은 이후 몽파르나스로 이전, 사교계 인사들과 교유하면서 사교계 유행작가라는 또다른 타이틀을 지니게 된다. 전위적인 작품 때문에 사랑받았던 그는 사교계 부인들의 초상화 제작에 몰두하는 등 상업적이고 속물적인 모습으로 인해 조소를 받았던 것이다. 특히 1942년 드랭, 블라맹크와 함께 독일 여행을 한 이후에는 나치 미술에 관련되었다고 해서 미술계에서도 기피 대상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