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1일 파리의 드루오 경매에서 스위스 실업가인 헨리 로씨가 소장해 온 200여점의 조각이 경매에 붙여졌다. 그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은 291만2,000유로에 낙찰된 마야 시대의 신상(神像).
그런데 멕시코 정부는 이 조각상이 마야시대의 유물이 아니라며 진품 여부에 의혹을 제기했다. 멕시코 외무부와 멕시코국립역사인류학연구소측에 의하면 이 조각은 최근에 제작된 것으로 스페인침략 이전의 멕시코 문명과는 동떨어진 특징을 보인다는 것. 156.5cm 높이의 조각상의 크기나 다리를 굽히고 있는 자세 그리고 가늘고 긴 신발끈 등은 양식적으로나 형태면에서 당시 문명이 보이는 특징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콜럼부스이전 시대의 전문가이자 이번 경매를 주관한 자크 블라지씨는 '멕시코측의 지적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하며 문제의 조각상은 '완벽하게 분석된 바 있는 유명한 작품'이라고 항의했다. 회반죽으로 빚은 이 채색 조각상은 고대마야 문명에 해당되는 서기550년에서 950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헨리 로씨는 1986년에 한 앤틱비엔날레에서 구입한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이를 전시한 바 있다.
한편 이 조각을 구입한 유럽의 한 기업은 이런 논란에 대해 전혀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멕시코가 경매에서 낙찰된 작품에 대해 진위 의혹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