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 제42회 마이아트 옥션 메이저 경매에 두 폭의 경직도가 출품됐다.
Lot. 14 작자미상 <경직도대련> 족자, 비단에 수묵담채, 각 127.5x50cm
추정가 2,000만 ~3,000만 원
먹을거리와 입을거리를 위해 노동을 하는 백성들은 일년 내내 시기에 따라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시경(詩經)』에 빈풍칠월(豳風七月) 편에 농업과 잠직 등 백성들의 생활상이 연중 전개되는 모습을 월령 형식으로 읊은 것에서 경직도가 시작되었고 조선 초기에 유입됐다.
‘빈’은 중국의 옛날 주나라의 발상지로, ‘빈풍’이라고 하면 그 곳에서 전해내려오던 풍습, 문화를 말한다. 농가월령가 비슷해서 일년 전체의 모습이 담겨져 있는데 시작이 ‘칠월’이라 칠월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여기에는 보습 손질하기, 며느리가 아이를 데리고 들에 점심 가져가는 것, 권농이 이를 보고 기뻐하는 모습, 뽕잎 따기, 쑥 뜯기, 베 짜고 염색하기, 추수, 사냥, 집 손질하기, 벼 베기, 삼씨 줍기, 대추 따기, 곡식을 창고에 들이기, 띠 베기, 새끼 꼬기, 얼음을 빙고에 저장하기, 제사 지내기 등의 모습이 등장한다.
조선 전기의 빈풍도는 조선 후기에 이르면 ‘농가사시도’, ‘농가십이월도’, ‘경직도’ 등의 형태로 바뀌면서 백성들이 농사짓고 베 짜는 일상생활이 계속 묘사된다. 규장각 자비대령화원의 녹취재 화제 중 빈풍칠월편을 전거로 한 화제가 정조와 순조대에 걸쳐서 8회, 헌종에서 고종까지 5회 출제되기도 했다. 조선 말에 이르면 민화의 성격을 띄는 것들이 많이 나타난다.
출품된 경직도는 아낙들이 집 안팎에서 길쌈 등 일하는 장면, 뽕잎 따기, 여름철 들판에서 농사일 하는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옥션 측은 이 작품을 『유현재선 한국고서화도록(幽玄齋選 韓國古書畵圖錄)』(2006)에 실려 있는 작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일본인 미술품수집가 이리에 다케오入江毅夫씨는 1996년『유현재선 한국고서화도록』을 펴내 조선 초기의 소상팔경도, 심사정, 이인상, 강세황, 김정희, 허련 등의 서화 뿐 아니라 김생 글씨 탁본, 한석봉, 윤순 등 서예 작품 등 자신의 다양한 한국미술 소장품을 소개했다. 유현재는 그의 당호. 1950년대에 한국의 민화를 처음 보고 매력을 느껴 한국 미술 수집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1996년의 도록에는 해당작이 실려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