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칸옥션 메이저경매 Lot. 069
윤덕희 <월야관수 月夜觀水> 종이에 먹, 24x62cm
추정가 KRW 30,000,000-60,000,000
보름달이 커다랗게 떠오르는 밤, 바위에 기대어 물을 내려다보는 고사관수 도상이다. 이 그림을 그린 윤덕희尹德熙(1685~1766)는 공재 윤두서恭齋 尹斗緖(1668~1715)의 장남으로 화업에 있어서 아버지의 영향이 컸고, 이를 다시 아들 윤용尹傛(1708~1740)에게 전해주는 다리 역할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 미술사에서 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숙종 때 서인들이 정치를 장악하면서 남인이었던 윤씨 집안은 완전히 중앙 정계 진출은 포기하고 지방에서 선대에게서 물려받은 경제력을 키워 집안을 돌보는 데 힘썼기 때문에, 아마 평생 시서화에 넉넉하게 몰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에 비해 평가는 다소 낮은 편이지만 아버지는 48세, 아들은 33세에 일찍 세상을 뜬 데 비해 윤덕희는 82세까지 살며 남종문인화, 진경산수, 풍속화, 도석인물, 말 그림 등 다양한 분야에 수많은 그림들을 남겼다. 그 중에서 신선 그림이 가장 유명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적인 소재의 도석인물을 많이 남긴 데에는 그가 신선 사상에 관심이 많았음과도 관련이 있다. 집안에 풍부하게 가지고 있었을 중국 화보에 수록된 신선도를 많이 그려내어 조선 후기의 도석인물화에 영향을 끼쳤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출품작은 고목 뒤로 커다랗게 뜨고 있는 달을 배경으로, 바위에 앉아 턱을 괴고 물을 바라보는 많이 알려진 고사관수 형식을 지키면서 전체적으로 균형과 리듬이 잘 살려져 있는데 특히 바위와 고목의 표현에 먹의 농담에 심혈을 기울였다. 구름과 물살도 역동적으로 표현하고 윤곽을 살려낸 선인의 옷자락도 눈에 띈다. 선면의 바탕에서 중앙으로 집중된 구성에 바위 윤곽과 태점 등이 강조되다 보니 선인이 오히려 주목되지 않고 고즈넉한 분위기에서는 다소 멀어졌다. 10월 1일 칸옥션 메이저 경매에 추정가 3천만~6천만 원으로 출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