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6일 서울옥션 제152회 한국고미술품경매 No.108 이응로 <농악>
시꺼멓게 그을은 얼굴에 털이 숭숭한 팔다리가 다 드러난 짧은 바지저고리를 입은 농악패들이다. 쇠잡이의 징소리에 맞춰 북 치고 장구 치면서 빙빙 돌며 한창 신명을 돋우고 있다.
큰 화면에 가득 그려진 이들 패거리는 경사스런 잔치판에 초대객이 아니다. 뒤쪽에 허리를 굽히고 일렬로 늘어서 무언가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신명이고 춤이다. 이들은 모내기철에 힘든 농사일을 응원하기 위해 불려온 이들이다.
이응로 <농악> 종이에 담채 122.4x169.5cm 추정가 3500만-8000만원
‘쟁쟁 쟁쟁, 덩더쿵 덩더쿵’. 신명나는 리듬에 올라탄 것처럼 검고 짙은 필선이 짧고 경쾌하게 반복되면서 지금은 잊힌 한 시절의 농촌 풍습이 재현돼 있다. 농악패 옆의 한 줄기 담배연기는 인상적이다. 헤진 패랭이른 쓴 우두머리는 얼굴만 살짝 비쳐 회화적 맛을 더해준다.
고암은 젊은 시절 그림 밖 상상에 탁월한 일본화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귀국해 시간이 지나면서 일본화에 보이는 세밀하고 정교한 필치는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이 그림에서처럼 화강암처럼 강한 인상의 필치와 묘사가 대신했다. 일렬로 허리를 굽힌 모내기꾼들의 모습은 그가 훗날 매달린 ‘군상’ 시리즈의 예고편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