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6일 제152회 서울옥션 고미술품경매 No.178 백자청화 운룡문 12각 접시
문양에도 유행이 있다. 18세기 후반의 청화 문양에는 어딘가 다소곳하고 남의 눈에 두드러져 보이기를 꺼려했다. 19세기 후반가 들면 이는 보다 더 당당한 문양으로 바뀐다. 초화문과 봉황문을 눈여겨보면 알 수 있다. 가녀린 들풀을 붓질 몇 번 만에 그린 것이 전자라면 후자는 몸통을 꽉 채우듯이 큰 눈을 부릅뜨고 날개를 활짝 편 봉황새가 인상적이다.
백자청화 운룡문 12각 접시 지름 14.5cm 추정가 1억-1억5천만원
이 청화접시 역시 거리낌 없이 자신의 개성을 당당하게 드러낸 용 문양이 주를 이룬다. 여의를 본 뜬 구름이 접시 바닥을 꽉 채운 가운데 사조(四爪) 용이 하나 가득 그려져 있다. 필치에 어디 하나 구김이 없다. 이것만 해도 보는 사람을 압도할 만한데 거기에 접시의 전을 모두 세웠다.
12개의 각 면은 편평한 것이 아니라 약간 안으로 휘어들게 만들었다. 세련된 도회적 멋이 물씬하다. 각 면에는 구름처럼 혹은 꽃잎처럼 보이는 문양을 큼직하게 넣었다. 그리고 밑면과 마찬가지로 문양 밖을 모두 청화로 채웠다.
용문양이나 구름 문양은 그림을 그린 게 맞아 청화(靑畵)이다. 그런데 청색 안료로 바탕을 칠해서 채운 것은 엄격히 말하면 청채(靑彩) 기법이다. 이는 청화 사용에 여유가 생겨난 이후에 새로 등장한 기법이라 할 수 있다.
색이 고운 태토 그리고 유려한 필치의 문양 짙고 깊은 느낌의 청화발색 등 모두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 특징이다. 보존 상태가 뛰어난 것을 보면 평상시 사용했기보다 감상용으로 제작됐다고 여겨진다.
이 시대에 청화로 용 문양을 그린 접시로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함풍년제 운용문 청화접시’가 유명하다. 전을 세우고 각을 넣은 형태는 닮았지만 ‘함풍년제’ 접시에는 청채기법은 쓰이지 않았다. 함풍은 1851년부터 1861년까지 쓰인 청나라 9대 황제의 연호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