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사기는 심하게 말해 속과 겉에 다른 도자기라고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속, 즉 태토는 청자를 만드는 흙과 같다. 진흙이다. 그런데 겉은 백토 유약을 발라 마치 백자처럼 화장을 했다.
분청사기 철화어문장군 15세기 26x15.5x20(h)cm 추정가 3억5천만~7억원
이렇게 만든 분청사기에 어느 산이나 샘물이 흐르는 곳이라면 간혹 붉게 노출돼있는 산화철을 주성분으로 해서 만든 철채안료로 그림을 그린 것이 이른바 계룡산 분청사기이다. 철채안료를 쓴 분청사기는 계룡산 이외에도 만들어졌으나 ‘계룡산’ 분청사기는 활달한 표현 기법으로 인해 브랜드화됐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면의 쏘가리와 수초 문양
이 장군에 그려진 문양은 쏘가리와 수초이다. 연꽃을 그린 듯 한 수초 사이에 머리가 큰 쏘리가 한 마리가 앞뒤로 그려져 있다. 뒷면은 마치 알이라도 밴 듯이 배가 불룩하다. 세필이지만 대담무쌍하게 그은 선이 볼만하다. 활달하고 시원시원한 필치가 한국적 미감에 가까이 가 있다.
위에서 본 모습
참고로 장군은 한자로 장본(獐本)이라고 한다. 장은 노루 장자이다. 장본이란 말을 쓴 것은 『세종실록』에 처음 보이는데 ‘장본은 술그릇이다. 형상이 도고와 같고 배에 주둥이가 있는 것을 속칭 장본이라고 한다’고 돼있다. 도고(鼗鼓)는 자루를 잡고 돌리면 양쪽에 단 끈이 북면을 치게 만든 작은 북을 말한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