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는 말할 것도 없이 불교 나라였다. 왕의 직계가족 역시 다수가 출가했다. 이들은 왕가의 원찰(願刹)을 맡아 꾸리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이들이 주재한 사찰은 궁중 못지않은 정성과 비용을 들여 화려하고 장엄하게 치장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금동칠층소탑(金銅七層小塔) 높이 33cm, 추정가 2000만~4000만원
이 칠층 소탑 역시 불전 안을 장식한 도구의 하나이다. 불상 옆에 나란히 안치해 신앙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작은 실내용 금동 탑이지만 비례가 발군이다. 바닥의 팔각 연화대좌에서 위로 쭉 뻗어 올라간 형태는 현대적 감각마저 느끼게 한다. 더욱이 살짝 하늘로 들려 올려진 각 층 옥개석의 마감 방식도 세련미를 더해준다.
탑의 상층부는 보개(寶蓋)와 보륜(寶輪)으로 치장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서는 화염문으로 장식한 찰주(擦柱: 탑 꼭대기의 장식물을 지탱하는 버팀대)만 두어 이색적이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심플하고 모던한 인상을 더해주고 있다.
연화대좌 위의 팔각 기단에 새겨진 조각은 약간의 마모가 있지만 그자체로 매우 정교하다. 전반적인 도금 상태 역시 뛰어나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소탑이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