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후반가 되면 분원의 장인 솜씨가 한 단계 높아진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문방구다.
분원에서 만든 도자기 문방구는 종이와 먹을 제외하고 전 영역에 걸쳐있다. 필통에 필가(筆架), 종이통 그리고 붓자루까지 만들었는데 그중에서 특히 많았던 것이 연적이다. 연적은 먹 갈 때 물을 더하는 도구로 소위 글 쓰는 문인들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물건이다. 이래서 문인, 양반의 나라 조선에서는 연적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백자청화 복숭아형 연적, 높이7.8cm 추정가 3천만~5천만원
일본의 한국도자 전문가로 유명한 이토 이쿠타로(伊藤郁太郞) 오사카동양도자미술관 초대관장 역시 한국도자기에서 연적만큼 버라이어티가 풍부한 장르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 연적은 그 많은 연적 중에서도 예술적 조형미가 탁월하다고 할 수 있다. 부드럽게 곡선을 이룬 복숭아의 형태에 잎과 가지로 감싼 이를 감싼 액센트 그리고 밝은 백자색과 파스텔조의 품격있는 청화색. 이는 청화 안료의 사용과 흙의 조형 솜씨가 완전히 팔뚝 아래에 녹아 있지 않고서는 쉽게 나올 수 없다고 할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