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는 풍광만 아름다울 뿐아니라 문인이면 잊지 못할 임포(林逋 967-1028) 고사가 서려있는 곳이다. 북송의 문인인 그는 부귀공명에 연연하지 않고 서호의 고산(孤山)에 20년 동안 은거했다. 반려는 매화였고 학을 자식처럼 거느려 고산방학(孤山放鶴)의 전설이 생겨났다.
김홍도 <서호방학도> 견본채색 100.7x43.7cm 추정가 1억5천만~3억원
유명 문인, 관료의 일화가 그림소재가 된 것은 오래부터다. 시대의 인기화가 김홍도 역시 이를 많이 그렸다. 여기에도 겨울날 흰 꽃이 매달린 매화 등걸에 기대어 학이 날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화정(和靖, 시호)선생을 그렸다. 화조화의 명수답게 가녀리고 기품 있는 학의 모습이 일품이다. 아래에서 위로 이어지는 공간을 슬쩍 비워두는 것도 구도의 대가 단원의 솜씨가 엿보이는 한 장면이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