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잎사귀를 펼친 芭蕉의 싱그러운 모습이 계절을 암시한다. 그 아래 바위에 반쯤 몸을 기댄 고사가 눈을 감은 채 앉았다. 한 손에는 부채도 들려있다. 파초 그늘을 찾아 더위를 식히려다 살풋 잠이 든 성싶다.
No.204 백자청화 인물문병 높이 15.8cm 추정가 800만~2,000만원
술병처럼 보이지만 제법 운치가 깊다. 분원 시대의 백자에는 이처럼 문인 생활의 아취를 테마로 한 그림문양이 더러있다. 장식문양과 달리 이는 당연히 솜씨를 요구한다. 이목구비가 분명한 얼굴의 선묘와 대비돼는 몰골(沒骨)의 장삼 묘사는 상당한 수준임을 말해준다.
분원백자 중에도 보기 드문 격조를 보이는 이 병은 내력도 괄목할만하다. 바로 간송 정형필 선생이 가지고 계시다 맏따님이신 전명우님께 주신 물건이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