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는 풍속화로 이름이 유명하지만 숨은 실력은 화조화에 있다 할 수 있다. 이는 당대부터 그랬는데 김홍도가 활동하던 조금 이전부터 화조화의 새로운 경향이 유행하고 있었다.
그것은 궁중 전통의 장식적인 채색화조화도 아니고 또 조선 초부터 그려져 내려오던 수묵 일색의 화조화도 아니었다. 붓 맛이 나는 수묵화 느낌이 나면서도 살짝 담채가 가미된 운치 있고 생동감 넘치는 화조화가 유행했던 것이다. 이는 김홍도의 스승 그룹인 강세황과 심사정에게서 대거 그려지는데 김홍도의 화조화 역시 뿌리는 여기에서 연유한다고 할 수 있다.
김홍도 <화조도> 지본담채 32.6x23.8cm 추정가 7천만~1억5천만원
그림은 노란 부리를 반쯤 벌린 팔가조(八哥鳥) 한 마리가 가을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모습을 그렸다. 먹의 농감에 붓의 강약으로 척척 그려나간 새와 가지 표현에서 고수의 솜씨를 절로 느낄 수 있다. 옆에 ‘임량의 뜻을 본떠 그렸다’는 방임량필(倣林良筆)이라고 한 것은 원산지 증명 같은 태그라 할 수 있다. 임량은 명나라 중기 화가로 문인화 정신을 화조화에 접목시켜 공필계(工筆系) 화조화가 아닌 일필휘지의 그것을 열어 보인 화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