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짙은 물가의 정자에 선비 하나가 의자에 앉아 무언가를 쓰고 있는 장면이다. 누각에 인물의 등장은 산수인물화에는 흔하디흔한 소재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 인물이 글을 쓰고 있는 모습이라 눈길을 끈다. 왼쪽 아래에 ‘현재(玄齋)’‘이숙(頤叔)’의 도장이 찍혀있어 심사정(沈師正 1707-1769) 그림임을 말해준다. 누각과 담장의 직선은 계화(界畵) 느낌이 물씬 나 이채를 띠는데 나무 묘사와 먹 사용은 전형적인 현재풍이다.
심사정 <산수인물도> 지본담채 55x34.5cm 추정가 5천만-8천만원
위쪽 화제는 그가 죽고 난 뒤에 활동한 유한지(兪漢芝 1760-1834)가 쓴 것이다. 김홍도가 스승 강세황을 따라 현재를 만났고 또 그 김홍도가 유한지와 가까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있을 수 있는 글이다. 그 내용은 집필중의 인물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유한지 시절 크게 유행한 나대경의 『학림옥로』중의 한 구절이다. 마지막 한 글자가 다르기는 하지만 내용은 다음과 같다.(y)
창문 아래에서 장난삼아 붓을 들어 큰 대로 작은 대로 수십 자를 써보고 가지고 있는 법첩, 묵적, 화권을 펼쳐 생각나는 대로 들여다 본다. 흥이 나면 시도 한 줄 읊조리고 이 책 『학림옥로』도 한두 단락 초고를 써본다.
弄筆窗間,隨大小作數十字,展所藏法帖墨跡畫卷, 縱觀之. 興到則吟小詩,或草玉露一兩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