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활동한 전설적인 고미술상 중 한 사람으로 이희섭이 손꼽힌다. 무교동에서 문명상회를 하던 그는 일본인들이 한국 미술에 관심이 많은 것을 보고 도쿄 한 복판의 백화점을 빌어 대규모 판매전을 개최한 것으로 유명하다. 1934년부터 1941년까지 7차례에 걸쳐 열었던 ‘조선공예전람회’에는 1만2천여점 이상의 한국미술품이 소개돼 팔렸다고 전한다. 그는 판매전을 열 때마다 도록을 제작해 영업에 활용했는데 이 항아리는 두 번째 전시였던 1939년에 제작한 도록에 실려 있는 물건이다.
백자청화 송하인물위기문 항아리 높이 41cm 폭 34,5cm 추정가 9억8,000만~14억원
문양은 한쪽에는 바위에 피어난 난초를 그렸고 다른 한쪽에는 큰 소나무 아래에 수염 난 노인 넷이 모여 한때를 즐기는 모습을 그렸다. 옛 그림에서 흰 수염의 노인들이란 두말할 것도 없이 상산사호이다. 이들은 진나라 때 난리를 피해 상산(商山)에 들어갔다는 동원공, 기리계, 하황공, 녹리선생을 가리킨다. 산속 생활에서 이들은 때때로 바둑을 두었는데 상산사호는 18세기 이후에 회화로 많이 그려졌다. 도자기에서 선으로 무엇을 묘사하는 데에는 고도의 테크닉을 필요로 한다. 나무와 인물 그리고 바위 난초 표현은 당연히 일급 화가의 솜씨임을 짐작케 한다. 또한 조선후기 도자기에 인물을 그린 사례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