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화가 강세황(姜世晃 1713-1791)은 시와 글씨를 모두 잘하는 위에 그림도 잘 그려 삼절(三絶)로 불렸다. 그런 그였지만 간혹 친구 허필(許佖 1709-1761)에게 자신의 그림 위에 마음대로 글을 쓰도록 허락했다. 자신의 그림위에 다른 사람의 글을 허용하는 일은 문인간의 아취 있는 교류가 화면 위까지 이어진 것을 뜻한다.
강세황 <산수도> 지본담채 25.5x27.5cm 예상가 2,000만~3,500만원
애초에는 이랬지만 미술시장이 등장하면서 그림 위에 제3자의 글을 적는 일은 그림의 격을 한 단계 높여주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허필이 죽기 전까지 강세황이 관직과 무관했던 사정을 생각하면 이 그림은 시장이나 주문에 무관한 채 두 사람이 즐긴 한가하고 운치 있는 한 때의 묵희(墨戱)의 소산으로 봐야할 것이다. 그림은 담묵과 담채를 간결하게 구사한 전형적인 남종화풍의 산수인물도이다. 화제는 ‘流水有萬里歸海之意, 長松帶千刃揷天之氣, 人才石上心亦無窮(유수유만리귀해지의 장송대천인삽천지기 인재석상 심역무궁)’으로 뜻은 ‘흐르는 물에는 만리를 흘러 바다로 흘러가자는 뜻이 있고 장송에는 천길 되는 하늘을 찌르는 기개가 있으니 바위위에 앉은 사람에게도 마음만은 또한 무궁할 것이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