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는, 조금 보태면 새로운 외래사조가 물밀 듯이 밀려든 새로운 시대라 할 수 있다. 남종화풍과 문인생활 취향 그리고 서양화식 원근표현방법 등. 그런 새로운 경향 중에 붓 대신 손톱이나 손가락 끝에 먹을 찍어 그리는 지두화(指頭畵)도 포함된다. 지두화 도입, 소개의 핵심은 강세황 그룹이라 할 만하다. 현재는 말할 것도 없이 강세황그룹 화가 중 가장 연장자로 그 좌장에 해당한다.
심사정 <지두선인도> 지본담채 28.4x21cm 추정가 3,500만~1억원
지두화는 손톱 끝이라는 생소한 툴(tool)을 쓴 때문에 표현의 제약이 많은 게 사실이다. 새로 소개된 지두화에 여러 화가들이 도전했으나 현재(玄齋) 만큼의 성과를 낸 화가는 없다. 그는 손톱만 가지고 산수화까지 그렸다. 지두화로 신선을 그리는 것은 현재의 특기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신선은 그 자체로서 범인(凡人)과 다르기에 인간이 아닌 표현법을 써야한다. 획수를 줄인 감필법(減筆法)이 더러 쓰이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이 그림에는 손톱으로 강약, 농담을 적절히 구사한 솜씨에 양도 등장한다. 이쯤 되면 황초평(黃初平)을 그렸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