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후반부터 새롭게 등장하는 그림 장르 중에서도 오늘날 흥미를 끄는 것이 유흥문화의 단편을 그린 풍속도이다. 기록에는 숙종 무렵부터 한양시내에 술집이 번성하는 것으로 전한다. 김홍도 시대에 평민들의 생활상 정도까지만 그려지던 것이 김홍도 말기 혹은 그 이후 세대부터 도시의 유흥 문화에 본격적인 시선이 기울여진다. 혜원 신윤복이 이 방면의 대표화가이지만 실은 중간에 이름이 사라져버린 많은 화가들이 흥미진진하 유흥문화를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
작자미상 <풍속도> 지본담채 70x38.4cm 추정가 400만~800만원
비교적 대작의 이 풍속도는 그림 내에 아무런 관기(款記)가 없어 작가, 시대를 추정하기 힘들다. 다만 문간에 보이는 수작에서 혜원 그림의 여운이 엿보이기도 한다. 내용은 이미 주청(酒廳)을 차고앉은 술꾼들이 있어 뒤늦게 온 포졸과 한량을 기생 하나가 갖은 아양으로 ‘다음에 찾아주실 것을’ 부탁하는 장면이다. 큰 화면에 10명이나 등장하는 인물의 묘사는 하나하나 정확해 상당한 솜씨의 소유자가 보인 필치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