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가를 따라 길을 가는 나그네를 그린 그림이다. 나그네 그림에는 나귀 탄 주인과 어깨에 짐 꾸러미를 멘 시동이 자주 세트로 나오는데 여기도 그렇다. 먼 산은 푸르게 청산으로 표현했고 물가 한쪽은 높은 벼랑으로 막아 세웠다. 대개 이렇게 급하게 막히고 반대쪽을 열어놓은 구도는 남종화에서 많이 쓰는 것으로 특히 심사정에게도 이런 구도가 많다.
No.132 작자미상 <기려도> 지본담채 28.5x18.5cm 예상가 250만-500만원
작자미상이기는 하지만 필치로 보면 심사정 언저리로 추정하고픈 생각이 물씬 든다. 더벅머리의 총각 모습은 간송에 있는 현재 그림에 등장한 적이 있다. 동자 뒤의 앙상한 가지가 붙어있는 나무도 그의 그림에 종종 나오는 수지법(樹枝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측의 도장이 뭉개져 판독이 불가능하니 믿고 말고는 전적으로 감상할 이에 달렸다고 할 수밖에 없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