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화단은 18세기가 지나면 문인화의 경도가 심해져 솜씨를 발휘한 그림다운 그림이 적은 병폐를 보이기도 한다. 이수민의 이 그림에는 규장각 소속의 자비대령화원의 솜씨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새삼 확인해볼만한 기량이 담겨있다.
Lot No.220 이수민 <비각범선도> 견본채색 123x69cm 추정가 3,000만-5,000만원
비단위에 청록계 진채를 사용해 정밀하게 그린 채색화는 궁중 수요로 인해 꾸준히 제작돼왔다. 청록 진채로 그린 겸재 정선의 유명한 《경교명승첩》 역시 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궁중계통의 채색화로 이어지게 된다.
이수민(李壽民 1783-1839)이 그린 이 그림은 중국의 어떤 고사를 그린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로서는 확인할 수 없다. 배와 누각을 그린 정교한 묘사와 필치는 순조 시절까지 이와 같은 화풍이 세습 화원집안에 전래되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전주 이씨인 그의 조부는 통신사를 수행했던 이성린이며 부친 역시 화원이었던 이종현이다. 아들은 책거리 그림으로 이름을 날린 화원 이형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