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이후의 산수화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두 개의 경향을 꼽자면 겸재의 진경산수화풍과 남종화풍을 꼽을 수 있다. 이후의 사정을 보면 이 두 화풍은 서로 대비, 대척되기 보다는 보완적인 인상이 짙다. 금강산 등 인기가 높던 실경에 대한 묘사에는 어떤 화가라 진경산수화풍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화기(畵技)를 익히고 심회(心懷)를 그려야할 경우에는 남종화풍을 선택하는게 보통이다.
Lot No.141 정수영 <진경산수도> 지본담채 122x50cm 추정가 2,500만원~
지우재 정수영(之又齋 鄭遂榮 1743-1831)은 금강산을 테마로 한 그림을 많이 남기고 있어 넓은 의미에서 겸재 화풍을 따른 겸재화파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는 중국 화보(畵譜)를 통해 습득한 남종화도 자주 그렸다.
이 그림은 약간의 진경산수화 맛을 섞어 넣은 남종화풍의 산수화이다 왼쪽에 강한 인상으로 돌출해 있는 주산(主山)이나 그 뒤편으로 멀리 보이는 원산(遠山)은 전형적인 남종화식 구도이다. 하지만 개울가에 어디선가 본 듯한 누각을 그린 것은 실경 맛이 여실하다.
이처럼 실경산수화의 맛이 물씬 하지만 실은 이 그림은 황공망(黃公望) 화법을 자기식대로 구사한 흉중의 산수화라 할 수 있다. 이와 거의 비슷한 구도와 포치를 보이는 그림이 고려대 박물관에 있으며 거기에는 ‘방자구필의(倣子久筆意)’라고 적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