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봉 조희룡은 매화 매니어다. 잠잘 때도 매화병풍을 치고 차도 매화차를 마시고 먹도 매화먹을 썼다. 매화 그림도 당대 최고로 손꼽혔는데 많이 그린 것만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매화 그림을 그렸다. 구부러진 매화 가지에 듬성듬성 매화꽃이 달린 운치있는 매화 그림이 아니라 가지란 가지에는 모두 만개한 매화가 그려진 절정의 매화를 그렸다. 이 석난도 일필화도 계통으로 보면 절정 매화와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No.110 조희룡 <석난도> 지본수묵 27x36cm 추정가 1,000만원부터
난초 역시 그윽한 향기를 위주로 곱살스레 그리는 경향이지만 이 그림은 그것을 버렸다. 술김이라며 취필을 마구 마구 휘둘렀다. 그리고 옆에 ‘醉墨不止 遂至狂塗亂抹(취묵부지 수지광도난말)’이라고 썼다. ‘취한 붓을 멈출 수 없어 드디어 미친 듯이 북북대고 어지럽게 발랐도다’ 라고 했다. 석난도 가운데 이만큼 호탕한 그림은 달리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