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의 묘미는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은 미공개작이 새로 살펴보는데 있다. 김용행의 이 화첩도 그렇다. 김용행(金龍行 1753-1778)은 대대로 그림에 조예가 깊었던 안동김씨 문인화가집안 출신이다. 조부 김창업은 안동 김문을 일으킨 김수항의 넷째 아들이며 부친 김윤겸은 그의 서자다. 김창업과 김윤겸은 모두 그림을 잘 그렸다. 김윤행은 김윤겸의 둘째 아들로 순필(舜弼)이며 호는 석파(石坡)이다. 어려서부터 시와 그림에 재능을 보였지만 26살의 나이로 일찍 세상을 떠 아깝게도 전하는 작품이 매우 드물다. 생전에는 박제가와 친한 것으로 전한다.
김용행 <석파 화첩> 36.5x24.5cm 추정가 1,500만원부터
화첩에는 그림 세 점 장첩되있는데 한 점은 굵은 둥치의 소나무를 그린 노송도이고 다른 한 점은 향로와 필통이 올라와 있는 돌 탁자를 마주보고 두 노인이 담소를 나누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수하담소 쪽의 필치는 붓 맛을 살려 꼼꼼하게 그린 것이 격조 높은 솜씨를 일견에 말해준다. 두 그림 모두 석파라는 호가 적혀 있다. 반면 계곡 아래 배와 사공을 그린 쪽은 습작인 듯 혹은 타인작인 듯 필치가 조금 다른 인상이다.(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