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숭유억불을 기본 정책으로 택했으나 그래도 숨구멍은 있었다. 특히 왕실을 중심으로 한 신앙이 그 역할을 했다. 중종의 계비이지 명종의 모친인 문정왕후(1501-1565)는 독실한 불교신도였다. 12살의 국왕을 대신해 수렴청정을 한 그녀는 도첩제를 실시해 승려를 다시 뽑고 사찰을 중건하는 등 불교를 중흥시켰다. 따라서 조선 전기의 볼만한 불화는 대개 그녀의 활동기와 관련이 깊다. 이 불화 역시 16세기에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작자미상 <아미타팔대보살도> 주지금묘 73.5x54.8cm 별도문의
서방 아미타정토을 주재하는 아미타여래가 여덟 보살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특징은 두발 부분의 먹을 제외하고는 일체를 금선만으로 묘사한 점에 있다. 선으로만 표현하는 일은 고도의 수련과 치밀함이 요구된다. 그런데 이 같은 선묘 불화는 조선시대 초기 중에서도 16세기에 집중돼 있다.
이 불화는 하단에 작은 화기란(畵記欄)이 있고 그속에 시주와 화주의 이름을 적어 놓았으나 시주자는 불분명하고 이 불화 제작을 총감독한 스님은 지순(智淳)으로 읽힌다.